나의 첫 지리산 종주

그리고 다리를 잃었다.

by 삼인칭시점

지난 주말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복귀했다.


메리를 통해 알게된 인연으로 같이 공부를 하며 친해진 형이 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지리산 종주 얘기가 나왔었는데 올해 다시 한번 언급이 됐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종주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우리의 종주 코스는 성삼재를 시작으로 세석 대피소에서 1박 후 천왕봉 도착, 중산리 방향으로 하산하는 일정이었다.

*성삼재 > 노고단 > 연하천대피소(점심식사) > 벽소령대피소 > 세석대피소(저녁식사/아침식사)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순두류 셔틀버스


다행히 같이 가는 형이 몇번의 종주 경험이 있었기에 의지가 많이 됐다.

다만 겨울 산행길은 처음인데다 대피소에서 1박을 하는 일정이었기에 복장, 장비 준비를 철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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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수서역으로 이동했다.

SRT를 타고 구례구역에 도착했고, 새벽 일찍 출발할 등산 길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새벽 4시반,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성삼재로 출발했다.


5시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최단 코스를 통해 노고단고개까지 이동했다. 깜깜한 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하며 걷는게 쉽지 않았다.

노고단고개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끝없는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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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령, 노루목을 지나 삼도봉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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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은 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가 맞닿는 지점이라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화개재, 토끼봉을 지나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는데 이 때 저체온증이 와서 몸이 심하게 떨렸다.

연하천대피소까지 가는 길에 몰려오는 졸음과 배고픔에 날씨도 추우니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형이 잠시나마 가방을 들어줘서 대피소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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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천대피소에서 형이 해준 차돌박이를 넣은 칼국수를 못 찍은게 참 아쉽다. 이번 산행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지만, 가장 컨디션이 안좋았던 때이기도 하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해서 형은 솔직히 연하천에서 복귀할 줄 알았다고 했다. 나는 정말 그 때 촛불하나가 보였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연하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을 했다. 배고픔이 사라지니 몸이 회복됐고, 다시 열이 나면서 저체온증도 사라졌다. 다음 목적지는 벽소령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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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경들을 보며 걷다보니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다.

세석대피소에서 하산 중이신 분께 사진을 요청했다. 지난 산행 중 눈이 많이 온 탓에 길을 잃었다고 하셨던가, 그 구간을 다시 한번 보러왔다는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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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에서 물을 구매하고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 세석대피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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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가도 끝이 없던 세석대피소.

19시쯤 되었을까. 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금새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숙소에 도착해 자리를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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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자는 분위기였다. 소등을 20시에 하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한 감이 있었다.


저녁으로 준비해온 삼겹살과 라면을 먹었다. 몸이 천근만근이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힘조차 없었다.

너무 맛있었지만 얼른 들어가서 눕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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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말그대로 기절.


눈을 뜨니 새벽 4시였다. 형의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4시에 기상해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일출을 보러 출발하는 것이었으나, 날씨가 생각보다 추웠고 다리도 성치 않았다. 형과 논의한 끝에 일출을 포기하더라도 정상에 가기위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해가 뜨면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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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으로 가는 길에 찍은 풍경.

사진도 좋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큼은 아니다. 멋진 풍경들을 최대한 눈에 많이 담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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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피소, 장터목에 도착했다.

장터목까지 왔으면, 천왕봉이 코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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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내려놓고 쉬다보니 형의 가방에서 열기가 ㅋㅋㅋ..


에너지바로 간단히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구름 위에 올라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온 거리에 비하면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의 거리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경사가 급하기도 하고 바람이 더 강해 체력 소모가 심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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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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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지금껏 보지 못한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힘든 길이었지만 그렇기에 더 보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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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풍경을 감상하고 중산리 방향으로 하산했다. 이 때부터 무릎 통증이 심해졌는데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절뚝이며 걷게 됐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버스에서 먹은 커피는 참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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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등산 여정은 함께한 형이 아니었다면 정상까지 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글을 빌어 형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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