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391)

제391편 : 윤석산 시인의 들창코 부처님

@. 오늘은 윤석산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들창코 부처님

윤석산


대웅전도 명부전도 없는 성주사지 터

온 몸 망가진 석불 하나 덩그마니 서 있다.

반쯤 떨어져나간 부처님 귓불.

붉게 물들이며

저녁 해 뉘엿뉘엿

또 다른 세상 밖으로 기울고 있다.


참으로 아픈 곳도 많고 많으신 부처님

사지 육신 어디 성한 곳 하나 없는데

아들 낳으려는 중생들의 욕심이

긁어 먹어버린, 그래서 문드러진

부처님의 들창코

세상의 온갖 더러운 향내, 벌름거리고 계시다

- [잠 나이 밥 나이](2008년)


#. 윤석산 시인(1947년생) : 서울 출신으로 1967년(고3)에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197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 천도교 서울교구장을 역임하였으며,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로 봉직하다가 명예교수로 계시며,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

(제주대 교수를 역임한 동명이인인 윤석산 시인도 있는데, 나이도 한 살 차이, 같은 시인에다 교수라는 점도 같아 혼동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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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오늘 시는 계간 [시선](2008년 여름호)에 [성주사지 석불(聖住寺址 石佛)]이란 제목으로 발표되었는데, 나중에 시인이 시집을 펴내면서 제목이 [들창코 부처님으로 바뀌면서 내용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 시의 글감은 충남 보령에 있는 '성주사지 석불입상'입니다. 이 석불은 통일신라시대 석불이건만 국보도 보물도 아닌, 고작(?) 충남문화재에 그쳤습니다. 그 까닭은 매우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석질(石質)이 비바람을 견디기 약한 재질이기도 하지만 시에서처럼 아들 얻으려는 욕심으로 코부분을 깎아갔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세상에 효험이 있다고 하면 그것을 그냥 놔두지 않는 국민성. 어디에 있는 불상이 자식, 특히 아들 낳는데 효험 있다고 소문나면 부처님의 코는 남아 나지를 않습니다.


이런 엇나간 정성이 우리나라에만 있는가 했더니 먼 나라까지 갈 필요없이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도 있습니다.

중국에는 ‘송자관음보살(送子觀音菩薩)’이 있는데 이때 ‘送’은 보낼 ‘송’이며, ‘子’는 자식을 뜻하니 자식을 점지하는 보살이 됩니다. 일본에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이 그런 역할을 한답니다. 둘 다 안전한 출산을 기원하는 사람, 아이를 잉태하고 싶은 사람, 아이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보살입니다.


캡처.PNG (왼쪽 : 중국 송자관음보살, 오른쪽 : 일본 지장보살)


시로 들어갑니다.


"대웅전도 명부전도 없는 성주사지 터 / 온 몸 망가진 석불 하나 덩그마니 서 있다."


대웅전과 명부전이 없으니까 '성주사지'라 했겠지요. 있었으면 '성주사'가 됐을 터. 그런 점에서 '감은사지'도 '황룡사지'도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 구절만 보고 석불 하나만 남은 절터겠구나 여길건데, 웬걸 국보인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와, 보물로 지정된 탑 세 개가 빛을 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픈 곳도 많고 많으신 부처님"


당연히 부처님이 아프단 말은 아니겠지요. 마음과 몸이 아픈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처님도 아픕니다. 중생과 고락을 같이 하시기 때문입니다. 허나 이 시에서 부처님이 아픔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하도 사람들이 코를 떼내 가기에. 만약 진짜 사람의 코를 떼내 간다면 얼마나 아플까요?


"긁어 먹어버린, 그래서 문드러진 / 부처님의 들창코 / 세상의 온갖 더러운 향내, 벌름거리고 계시다"


이기적인 욕심 채우려는 인간들 때문에 부드럽고 잘 생긴 부처님코는 들창코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부처님은 그들을 벌하지 않고 외려 인간이 내뿜는 더러운 향내 받아들여 정화시키려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오래 전에 몇 년 간 역사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며 문화유적 답사를 다닌 적 있습니다. 그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높고 깊은 산속에 있는 절을 찾아 불공 드리면 아이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를.

그런 절을 찾아가려면 예전엔 차가 없어 수 십리 수 백리 길을 걷다보면 나약했던 골반이 튼튼해지고, 그 덕으로 임신이 잘 되며 출산에도 도움되었으리라는 산부인과 의사의 말도 있었습니다.


#. 첫째 사진은 성주사지 석불입상인데, 보시다시피 망가져 보수한 흔적이 보일 겁니다.

둘째는 중국 송자관음상으로 아기를 안고 있으며, 셋째는 일본 지장보살인데 턱 아래 빨간 빛 수건은 아기들 턱받침을 뜻한답니다.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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