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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이야기(제16편)

제16편 : 도천수관음가

♤ 향가 이야기 ♤



- 제16편 「도천수관음가」 -



우리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신자도 아니건만 사흘초파일이나 불교 축일 같은 날에는 절에 다니셨습니다. 그리고 무슨 빌어야 할 일이 생기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며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든 없든 관세음보살을 찾는 관습, 관세음보살만 찾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믿음, 이런 불교의 기복(祈福 : 복을 빎) 신앙을 낳게 만든 노래가 바로 오늘 다루려고 하는 「도천수대비가(禱千手大悲歌)」입니다.

참고로 이 노래는 「천수관음가」 「천수대비가(千手大悲歌)」 「도천수관음가(禱千手觀音歌)」 「맹아득안가(盲兒得眼歌)」 등 여러 가지로 불립니다.

먼저 배경설화부터 살펴봅니다.

“경주 한기리(漢岐里)의 여인 희명(希明)의 아들이 생후 다섯 해만에 갑자기 눈이 멀게 되자, 희명이 분황사 좌전(左殿)에 있는 천수대비의 벽화 앞에서 아들로 하여금 이 노래를 부르게 하여 마침내 눈을 뜨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양주동 박사의 해독 참조)

“무릎을 꿇으며
두 손바닥을 모아
천수관음 전에
비옵니다
천 손에 천 눈을
하나를 놓고 하나를 덜겠사옵기에
둘 없는 내라
하나야 그윽이 고치올러라
아, 내게 끼쳐주시면
놓되 쓰올 자비여 얼마나 큰가!”

좀 더 쉽게 풀이해 봅니다.

“무릎을 꿇으며 두 손바닥을 모아 관세음보살님께 비옵니다.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지신 관세음보살님이시여!
하나를 덜어 두 눈이 없는 저에게 하나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아아, 그렇게 베풀어주신 자비(慈悲)야말로 클 것입니다.”




처음에 읽으면 희명이란 여자가 지은 게 아니라 아들이 지은 걸로 여기게 됩니다. “하나를 덜어 두 눈이 없는 저에게 하나를 주시기 간절히 바라나이다.”에서. 헌데 그때 아들은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되었으니 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비는 형태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작가는 어머니인 '희명'입니다.
물론 앞 작품들에서 몇 번이나 언급한 작품과 작가의 관계도 여기에 적용됩니다. 즉 작가 ‘希明’은 ‘눈이 밝아지기를 희망’한다는 뜻에서 실제 본명이 아니라 임의로 붙인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은 천 개의 손이 있고, 그 손바닥마다 눈이 달려 있어, 모든 사람의 괴로움을 그 눈으로 보고, 그 손으로 구제하는 보살을 말합니다. 그래서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자재보살'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실제 불상이나 탱화에선 천 개의 손을 그리기보다 42개 정도로 약식화해서 만든답니다.




향가에 주술성이 강한 노래가 여럿이라 이 노래 역시 희구(希求 : 바라고 구함)의 노래라 그런 면으로 흐를까 했는데, 「도솔가」 「혜성가」 「원가」 등과는 달리 주술성에 의지하지 않고 신격적 존재에 구원하는 순수한 종교적 신심을 보입니다.
또한 평범한 여인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별다른 문학적 기교 없이도 절실하게 드러내어 읽는 이에게 순수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 자료사진 모두는 이 노래와 관련 있는 분황사 내 건축물로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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