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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이야기(제15편)

제15편 : 원가(怨歌)

♤ 향가 이야기 ♤



- 제15편 「원가(怨歌)」 -


오늘은 효성왕 때 신충(信忠)이 지은 10구체 향가인 「원가」를 소개합니다. 원래 10구체였는데 현재 전하는 건 8구뿐입니다. 작가 이름 ‘믿음(信)’과 ‘충성(忠)’에서 이 두 가지 주제를 함유한 노래임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작가명과 작품 내용의 연관성에 대해선 앞에서 여러 번 언급했으니 생략함)

먼저 배경설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효성왕이 아직 왕이 되기 전에 신충과 함께 궁궐 안 잣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며 뒷날 왕위에 오르면 신충을 잊지 않겠노라고 잣나무를 두고 맹세하였다. 그런데 왕이 된 다음에는 그 일을 잊어버리자 신충이 이 노래를 지어 잣나무에 걸었더니 나무가 누렇게 시들어 버렸다.
이 사실을 안 효성왕은 그때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신충을 등용하였다. 그랬더니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그리고 노래가 이어집니다.

“질 좋은 잣이
가을에 말라 떨어지지 아니하매
너를 잊지 않고 살겠다 하신 것과는 달리
낯이 변해 버리신 겨울이여

달이 그림자 내린 연못 가로
지나가는 물결에 대한 모래로다.
모습이야 바라보지만
세상 모든 것 여희여 버린 처지여”

10구체임에도 뒤 2구가 전해지지 않아 8구만 갖고 이 노래를 풀이해야 합니다. (삼국유사에 두 두 구가 잘려 전하지 않는다고 돼 있음)



‘잣나무는 상록수이므로 가을이 되어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겨울이 되자마자 님의 낯(마음)이 변했습니다.' (변함없이 작자를 중용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님은 차가운 겨울처럼 변했습니다. 즉, 저를 전혀 생각지 않았습니다)


1~4행까지 읽으면 왕의 태도 변화에 대한 작자의 원망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의 제목이 ‘원망의 노래’ 즉 「원가(怨歌)」가 됩니다.


다음 뒤의 4구는 앞 4구의 결과로 인하여 고난에 처한 작자의 상황을 스스로 탄식하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연못에 비친 달그림자가 물결이 일면 사라져 버리듯 (님의 처지가 바뀌자 나에 대한 마음이 사라져 버리듯) 아직도 저는 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지만, 현재 저는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처지입니다.'

이 노래의 성격으로 주술적인 노래의 범주에 넣는데 그런 점에서 「혜성가(彗星歌)」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허나 「혜성가」는 나라를 위함이 담겨 있으나 이 노래는 개인적 영달을 위한 노래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이 노래의 소재로 '잣', '물', '달'이 나오는데 이 점으로 보면 「찬기파랑가(讚耆婆郎歌)」와 닮았습니다. 그러나 「찬기파랑가」에서는 세 가지가 상징적 의미로 쓰였지만, 「원가」에서는 비유어로 쓰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노래가 「찬기파랑가」와 비교하면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 전해지는 면에선 분명 그렇습니다. 허나 나머지 두 구가 전해진다면, 그리하여 뒷부분에서 반전이 일어난다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 자료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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