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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이야기(제18편)

제18편 : 도솔가

♤ 향가 이야기 ♤



- 제18편 도솔가 -



영원한 시성(詩聖)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을 설명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산화공덕(散花功德)’ ‘산화공덕’은 부처님이 지나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 그 발길을 영화롭게 한다는 축복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진달래꽃」 3연에 보면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가 바로 산화공덕을 뜻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산화공덕을 향가 「도솔가」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오늘 다룰 노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향가 「도솔가」를 검색하다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겁니다. 이 사이트의 설명과 저 사이트의 설명이 너무 다르다는 점. 당연합니다. 신라 「도솔가」는 각기 다른 두 작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월명사가 지은 개별 작품으로서의 「도솔가」와 향가의 근원을 설명해 줄 「도솔가」.

오늘은 경덕왕 때 월명사가 지은 4구체 향가 「도솔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작가에 대해선 앞선 「제망매가」에서 언급한 적 있습니다.


먼저 배경설화부터 살펴봅니다.


“경덕왕 19년 4월 초하룻날 두 해가 함께 나타나서 10여 일 간 없어지지 않자, 왕이 일관(日官)의 청으로 청양루(靑陽樓)에 행차하였다. 왕이 청양루에서 승려인 월명사를 만나 단(壇)을 열고 계(啓)를 지으라 하니, 월명사가 ‘신은 중이면서 또한 화랑으로 향가는 알거니와 불교의 노래는 능하지 못합니다.’ 하자, 왕이 그럼 향가라도 지어라 하여 이에 노래를 지어 받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양주동 박사의 해독에 근거함)


“오늘 이에 산화 불러

뿌린 꽃이여 너는

곧은 마음의 명 받아

미륵좌주 뫼셔라.”


좀 더 쉽게 풀이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산화가를 부르며 꽃을 뿌리오니,

크고 곧은 마음으로써 멀리 미륵보살을 맞으라.“


5.png ([삼국유사] '도솔가' 부분)



이 노래의 성격을 두고 ① 미륵불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불교가요'라는 설, ② 「구지가(龜旨歌)」와 그 성격을 같이하는 '주술적인 노래'라는 설, 그리고 ③ ‘미륵좌주’라는 말에서 미륵(불교)과 좌주(화랑)로 보아 화랑과 불교 융합의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종교적 성격의 노래'라는 설이 있습니다.


배경설화를 보면 의미심장한 표현이 나옵니다.

"신은 중이면서 또한 화랑으로 향가는 알거니와 불교의 노래는 능하지 못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이 구절에서 두 가지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① 스님과 화랑을 겸할 수 있었다 ② 스님이지만 불교노래는 잘 모르는 대신 향가는 잘 안다.

①에선 불교와 선교(화랑)가 배타적이지 않고 친화적이다는 사실. 아마도 도를 닦는 점에서 그런 듯합니다. 화랑도들이 심심산천을 돌아다니며 심신을 수련했으니까요

② 불교노래가 지금으로 치면 가곡에 해당한다면 향가는 대중가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향가를 즐겨 부름은 대중교화에 효과적이어서라 여깁니다.


다음으로 [삼국사기]에 「도솔가」란 낱말이 나옵니다. 월명사가 지은 「도솔가」와 다릅니다.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해에 민속이 환강하여 「도솔가」를 처음으로 지으니, 이것이 가악의 시초였다.’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삼국유사]에는 ‘도솔가를 처음으로 지으니 차사사뇌격이 있다(始作兜率歌 有嗟辭詞腦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嗟辭詞腦格'을 두고 많은 논문이 쏟아졌지만 아직 명쾌하게 단정지을 이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이 기록에 근거하여 향가를 '사뇌가'라고도 부르게 되었다는 점이 수확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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