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413)

제413편 : 유안진 시인의 '그리운 몽매(蒙昧)'

@. 오늘은 유안진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그리운 몽매(蒙昧)
유안진

떨어지는 꼬리별을 볼 때마다
걱정했지
저 별들이 다 떨어져
밤하늘이 깜깜해지면 어쩌나 하고

세상의 강물들이 다 바다로 간다는
선생님 설명에 겁났지
바다가 넘치면 어쩌나 하고

그 몽매(蒙昧)를 어디서 다 잃었나
아는 것이 너무 많아
죄다 모르고만 싶어지는
괴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지는
세상 뉴스.
- 웹진 [시산맥](2024년 가을호)

#. 유안진 시인(1941년생) :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인으로 등단했으나 [지란지교를 꿈꾸며]란 저서로 이름이 알려져 시인보다 수필가로 더 유명하며, 서울대 교수를 퇴임한 뒤 명예교수로 계심.




<함께 나누기>

‘식자우환(識字憂患 : 배움이 많을수록 근심거리가 많아짐)’과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 두 관용어는 서로 대조되는 영역을 나타냅니다. 그러함에도 궁극적으로 향하는 바가 같습니다. 너무 많이 알아도 너무 적게 알아도 남이나 자기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 시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에 사용하는 무지몽매(無知蒙昧 : 지식이 없고 사리 분별에 어두움)를 긍정적으로 새겨줍니다. 현대는 너무 지식이 넘쳐나 오히려 순수함을 잃어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그래서 이런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게 차라리 약이다’.

1969년 7월 21일,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는 순간 우리들의 순수한 감성은 깨졌습니다. 그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선 달에 옥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고, 중국에선 미녀 항아가 올라가 두꺼비가 되어 놀고 있다는 그 전설이 있었건만.
닐 암스트롱에 이어 두 번째로 발 디딘 버즈 올드린은 달을 ‘장엄한 폐허’라 했고, 우주 연구학자는 달 표면이 혹독한 환경으로 기온차가 극심하며, 공기가 없고, 강렬한 방사선을 받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토끼도 두꺼비도 살 수 없는.

“떨어지는 꼬리별을 볼 때마다 / 걱정했지 / 저 별들이 다 떨어져 / 밤하늘이 깜깜해지면 어쩌나 하고”

한자성어에 기우(杞憂)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의 한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어쩌나 근심하며(憂) 살았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이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에 대해 쓸데없이 하는 걱정을 기우라 합니다. 우리 식으로로 말하면 ‘걱정도 팔자’에 해당하겠지요.
꼬리별(원래는 ‘혜성’을 가리키나 여기선 별똥별을 뜻하는 듯)이 떨어지긴 해도 모든 별이 꼬리별이 아닐뿐더러 다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별들이 모두 다 떨어져 밤하늘이 캄캄해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정말 기우에 해당하는 예로 아주 적절합니다.

“세상의 강물들이 다 바다로 간다는 / 선생님 설명에 겁났지 / 바다가 넘치면 어쩌나 하고”

1연과 흐름이 같습니다. 강물이 흘러 다 바다로 간다고 해도 바다가 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의 지식으론 두려웠을지도. 한때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모든 담배를 다 피워서 없애자는 농담이 유행했는데 담뱃값이 비싸질 뿐 담배가 다 없어질까요?

“그 몽매(蒙昧)를 어디서 다 잃었나”

어리석을 정도로 무지몽매함이 그립습니다. 아는 게 많다 보니 두려움이 생겨나고 괴롭고 슬프기도 합니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AI 전문가가 나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미래를 얘기하는 도중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저는 우리 미래가 AI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 나올 때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변화가 삶에 줄 영향을 생각하면 두렵기까지 합니다.”
헌데 그날 저는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일단 AI를 잘 모르니까요 모르니까 AI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짐작할 수 없어서. 아는 것이 너무 많다 보면 차라리 모르고 살았으면 하는 때를 부러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죄다 모르고만 싶어지는 / 괴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지는 / 세상 뉴스”

지식이 우리를 영악하고 오만하게 만듭니다. 세상을 망치게 하는 자는 누구입니까? 똑똑한 자들입니까, 아니면 어리숙한 자들입니까?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나온 이들이 벌이는 범죄는 무식한 조폭들이 행하는 죄보다 더 악질적이고 더 피해가 큽니다.

오늘 시를 읽으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자꾸 많아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살면 참 편한데... 그래서 고대 로마시인 호라티우스는 미래를 생각 말고 ‘카르페 디엠’이라 했는지도. ‘오늘을 붙잡아라’ 또는 ‘현재를 즐겨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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