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마지막 수업 - 생각의 덧댐)

나이 일흔에 풀어놓는 소소한 이야기(97)

* 그림책(마지막 수업 - 생각의 덧댐) *



재작년 우연히 수강하게 된 [그림 + 마음 나누기('그마음')] 수업. 아주 열정적인 지도 선생님 덕분에 그림책을 그해 한 권, 작년에 한 권, 올해 또 한 권 펴내게 되었습니다. (판매용 아닌 소장용)

올해 그림책 제목은 "마지막 수업 - 생각의 덧댐"입니다. 모두 12장 24쪽 분량인데, 그림에 워낙 소질 없어 '사진 + AI + 그림' 셋의 합작입니다. 다만 그림 스캔을 이웃 도서관에서 했는데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혹 앞으로 그림책 만들 분은 돈을 좀 들여서라도 괜찮은 곳에서 하시길)


퇴직하기 직전 '마지막 수업'을 앞둔 날, 무얼 가지고 수업할까 고민하다 냄비 뚜껑이 헐겁다는 아내 말에 드라이버를 사용하다가 수업 내용을 정했습니다. 다음은 그림과 세세한 내용입니다.


<앞표지(右), 뒤표지(左)>



*. '제 사진 + 학생들 AI 그림 + 책상 위 도구 그림' 아래 그림 이런 식으로 만든 게 꽤 됩니다.



<2쪽~3쪽>





십 년 전, 퇴직을 앞둔 ‘마지막 수업’ 전날이다. 다들 마지막엔 그럴싸한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몰리게 된다. 이리저리 고민하던 중, 아내가 냄비 뚜껑 나사가 헐겁다고 해 ‘十자 드라이버’를 사용하다가 문득 수업 내용이 잡혔다.


<4쪽~5쪽>





수업에 책 대신 ‘일반못’과 망치와 나무토막, 그리고 'ㅡ자' 나사 ‘一자' 드라이버, ‘十자' 나사 ‘十자' 드라이버 그리고 '보쉬'사 제품 ‘전동드릴’까지 들고 갔다. 아이들은 국어선생님이 수업과 관련 없는 공구를 한가득 들고 오니까 무척 의아한 눈치다.


<6쪽~7쪽>





아무 소리 않고 망치로 나무토막에 못을 박았다. 아이들은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숨도 죽인다. 그런 뒤 한 명을 불러내어 못을 빼보라고 했다. 물론 뺄 수 없다. 머리끝까지 단단하게 박힌 못을 어떻게 뺀단 말인가.


<8쪽~9쪽>





다음에는 나무에 ‘一자' 나사못을 박은 뒤 다시 한 명을 불러내 ‘一자' 드라이버로 돌려보라 했다. 힘들지만 아이의 힘씀대로 조금씩 빠져나온다. 이번에는 '十자' 나사못을 박은 뒤 역시 한 명을 불러 ‘十자' 드라이버를 주며 빼보라 했더니, '一자' 드라이버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쉽게 빠져나왔다.


<10쪽~11쪽>





그때사 얘기를 꺼냈다.
'일반못’에서 ‘一자' 나사못으로의 이동은 고작 400년 전이지만, 나사의 원리는 저 멀리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로부터 나왔다. 즉 ‘위대한 천재’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허니까 ‘일반못’에서 ‘一자' 나사못에 이어지는 발상 같은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남이 생각할 수 없는 걸 만드는 건 천재나 가능한 영역이니까.


<12쪽~13쪽>





‘一자' 나사못을 사용하다 보니 쉽게 망가져 불편함이 많았다. 80년 전쯤 중학교도 졸업 못한 미국의 '필립스'란 사람이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一자’ 대신 ‘十자’로 만들면 한쪽이 망가지더라도 다른 쪽은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떠냐? ‘일반못’에다 ‘一자’를 긋는다는 착상은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一’에다 ‘ㅣ’를 하나 덧대 ‘十’으로 만든다는 착상은 평범한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즉 남이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남이 만든 것에 자신의 생각을 덧대는 일. 별것 아닌 듯이 보이는 이 착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14쪽~15쪽>





그러나 이 평범한 ‘생각의 덧댐’이 만들어놓은 결과를 보라. 남들 보기엔 고작 줄 하나 더 그었을 뿐인데...
필립스는 나중에 ‘十자 드라이버’도 개발하여 회사를 설립했는데, 1년 만에 1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대기업이 되었다. 현재 ‘필립스 66’은 단순히 드라이버 만드는 기업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해 석유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16쪽~17쪽>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 덧대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일의 ‘보쉬’란 회사에서 일하던 한 이름 없는 기술자가 손으로 힘들게 돌리지 않고 기계로 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 결과로 ‘十자' 나사 전용 '전동 드릴’이 나왔다. 이를 기반한 보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기업이 되었다. 기업 크기로 얘기하면 우리나라 LG그룹과 비슷하다.


<18쪽~19쪽>





‘十자' 나사못은 ‘일반못’일 때와 ‘一자' 나사못일 때와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계화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즉 ‘十자' 나사못이나 ‘전동드릴’이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기차, 비행기, 자동차는 물론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정밀기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지금은 이런 기기 제작할 때 반드시 전동드릴이 있어야 가능하다.


<20쪽~21쪽>





지금까지 나는 여러분에게 '줄 하나' 슬쩍 더 그음(생각의 덧댐)으로써 우리 삶을 바꾼 예를 들어보았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나사못은 1개에 10원쯤 한다. 그러니 아주 보잘것없다. 허나 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못이 우리 생활에 들어가 있지 않은 데가 없다. 그리고 ‘十자' 나사못의 개발에 이어 전동드릴까지 이어지는 개발은 그리 특출한 사람들이 한 업적이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아주 평범한 이들의 '남다른 관찰력'과 '생각의 덧댐'이 만들어 낸 결과다.


<22쪽~23쪽>





퇴직이 확정되면서 교사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얼마나 많은 잘못을 범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목동이 할 일은 양을 물가까지 끌고 가는 일이며, 물을 마시는 일은 양의 몫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교사는 물가까지 찾아가는 방법만이 아니라 좋은 물 찾는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물가까지 찾아가는 길 가르치기에만 매달렸을 뿐 좋은 물을 찾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게 참 후회가 됩니다.


*. 이번 그림책은 재작년 작년과는 달리 AI를 활용해 보았습니다. 보잘것없지만 저처럼 그림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필요하니 한 번 이용해 보시길...


*. 그리고 원래 그림책엔 (제시한) 글과 그림이 함께 올라가 있습니다.

그림에 따라 어떤 그림은 오른쪽에, 왼쪽에 배치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