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430)

제430편 : 손세실리아 시인의 '육지것'

@. 오늘은 손세실리아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육지것
손세실리아

섬 토박이들 사이에 이주민은
육지것으로 지칭된다
처음엔 어이없고 불쾌했지만
내막을 알고 나니 수긍이 갔다
입도(入島) 초기엔 입안의 혀처럼
곰살궂다가 차릴 잇속이 없어지면
돌연 안면몰수해 버리는 얌체가
숱하기 때문이란다 반면
육지에서 유입된 배추는
고유명사처럼 육지배추라 부른다
쉬 무르지 않아 겨울철
장기저장이 용이한 까닭이다

섬에 건너와 환대받기까지
다만 묵묵히 본분에 충실했을
속이 꽉 찬 진녹빛 생 앞에서
마음 일부는 육지에 두고
몸뚱이만 섬에 부려놓은 채
마치 뼈를 묻을 것처럼
입만 나불댔던 섬살이를 돌아본다
배추만도 못한
- [문학청춘](2018년 봄호)

#. 손세실리아 시인(1963년생) : 전북 정읍 출신으로 2001년 [사람의 문학]을 통해 등단. ‘낮은 곳에 시선을 두고 시를 쓰는 시인’이란 평을 듣는데, 현재 제주도 조천읍에 머물며 <시인의 집> 카페를 딸과 함께 운영.




<함께 나누기>

제가 산골인 달내마을로 옮긴 지 딱 20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외지인은 우리 부부만 살았는데 점차 늘어나 이젠 비슷하거나 더 많습니다. 5년쯤 되던 해인가, 새로 들어온 외지인과 본토박이가 무슨 일로 한판 붙었습니다. 나중에사 서로 앙금을 털었지만.
그때 본토박이 어르신 한 분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제가 없는 줄 알고 한 말이겠지만)
“울산것들은 어디서 배워먹었는지 영 버르장머리가 없어!”
대부분 ‘ㅎ중공업’ 아니면 ‘ㅎ자동차’ 근무하시던 분들이 주말주택 구입해 들어왔던지라 울산에서 들어온 게 맞습니다. 저도 ‘울산 것’에 속했구요.

제주도 토박이에게 타지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은 ‘육지것’으로 통한답니다. 육지에서 들어왔으니 붙인 말인 듯한데... ‘울산 것’이든 ‘육지것’이든 ‘것’이 붙으면 비아냥거리는 낮춤의 표현입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기분 나쁜.

“입도(入島) 초기엔 입안의 혀처럼 / 곰살궂다가 차릴 잇속이 없어지면 / 돌연 안면몰수해 버리는 얌체가 / 숱하기 때문이란다”

전원생활하려 시골 들어온 사람들이 토박이들과 생기는 갈등 대부분은 잇속 챙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측량하면 예전엔 집을 짓고 논밭을 갈다 대충 선 그어놓았기에 지금처럼 정밀측량하면 조금씩 어긋납니다. 이럴 때 갈등이 생기지요.
저는 토박이와 이주민 사이의 갈등보다 이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이 더 심한 게 걱정스럽습니다. 이때는 양보라는 개념을 뒤로 두고 오직 잇속 챙기기에 바쁩니다. 요즘 시골에 이는 갈등이 이로부터 오는 거라 여기고...
토박이들은 똥고집과 막무가내를 무기로 장착했다면 이주민들은 영악스러움과 잇속 챙기기에 아주 능수능란하므로.

“반면 / 육지에서 유입된 배추는 / 고유명사처럼 육지배추라 부른다”

여기서 ‘육지배추’는 ‘육지것’과는 전혀 대우가 다릅니다. 육지것이 육지 사람을 비웃는 말이라면 육지배추는 칭송하는 말이니까요. 그 까닭은 육지배추가 쉬 무르지 않아 겨울철 장기저장이 용이한 까닭이랍니다. 아마도 제주도 배추는 그러지 않은 모양인 듯.

“섬에 건너와 환대받기까지 / 다만 묵묵히 본분에 충실했을 / 속이 꽉 찬 진녹빛 생 앞에서”

시골살이 유튜브를 가끔 보다 보면 토박이와 이주민 사이 갈등을 언급한 내용이 자주 나옵니다. 아니 토박이의 텃세를 비판한. 30년(주말주택 10년 + 상주 20년) 동안 살면서 얻은 깨달음은 시골살이에 성공하려면 위 시구처럼 ‘묵묵히 본분에 충실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욕심 조금 버리고 육지배추처럼 ‘속이 꽉 찬 행동’을 하면 되는.

“마음 일부는 육지에 두고 / 몸뚱이만 섬에 부려놓은 채 / 마치 뼈를 묻을 것처럼 / 입만 나불댔던 섬살이를 돌아본다”

마치 저를 두고 하는 말인 듯. 제대로 시골살이하지 않고, 농사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잘 아는 척 글로 썼으니. 특히 가장 큰 잘못은 힘이 약하다는 핑계로 몸으로 때우는 일을 피했으니 토박이들이 봤을 때는 얼마나 한심했을까요.

“배추만도 못한”

몸(행동)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입만 나불대는 무리라면 육지배추만도 못한 사람이라 하겠지요. ‘농사철에는 부지깽이도 곤두선다’ 하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쁠 때는 아무 힘없는 부지깽이도 도와주러 나선다는 뜻인데, 그럴 때 육지것들은 얼마나 도와주려 힘썼는지...



*. 첫째 사진은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토착민과 이주민 화합의 마을 공동체 '혼디 시범사업' 장면이며([제주뉴스] 2016. 11. 7),
둘째는 손세실리아 시인의 시인의 집 카페 방문했을 때 바다 쪽을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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