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골에 사는가, 왜 살아선 안 되는가?

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82)

* 왜 시골에 사는가? 왜 살아선 안 되는가? *



<대화 1>

어느 날 시골에 사는 남자의 집을 도시 여자가 지나다 방문하여 대화를 나눕니다.

도시녀 : 어머, 황토로 만든 집이 너무 예뻐요.
시골남 : 뭐 이거야 돈 들이면 다 되는 걸요.
도시녀 : 이렇게 전망 좋은 곳에 살면 신선 부럽지 않겠어요.
시골남 : 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오늘처럼 비 내린 뒤 안개가 계곡을 따라 스멀스멀 올라올 때는 신선이 사는 곳이라 해도 무방하지요.

도시녀 : 시골에 살면 어떤 점이 좋아요?
시골남 : 그냥요.
도시녀 : ‘그냥요’라뇨? 그래도 뭔가 구체적으로 이것이 좋고 저것이 좋다고 할 만한 게 있지 않겠어요?
시골남 : 그냥 좋습니다. 그냥 좋으니까 좋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데 누군가 ‘어떤 점이 좋아요?’ 하고 묻는다면 이런저런 면이 좋아서 좋다고 답할 수 있지만 정말 뭐라 설명할 말 필요 없이 좋을 땐 ‘그냥 좋다’고 답할 수밖에요.


도시녀 : 그래도 좀 더 세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저같이 도시 사는 사람들에겐 궁금하니까요.
시골남 : 꼭 그렇게 알고 싶다면 좀 길게 얘기할 테니 한 번 들어보시고 판단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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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루에 꾸준히 즐기는 세 가지 습관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침에 마을 한 바퀴 돌기, 한 시간 정도 계곡 내려다보며 멍 때리기, 그리고 두 시간 정도 밭일하기. 이 가운데 마을 한 바퀴 돌기야 도시에서도 가능하겠지요. 요즘 지자체마다 공원을 얼마나 잘 꾸며놓았습니까. 거기를 도는 거나 시골 마을길 걷는 거나 별반 차이 없이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리고 요즘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 여럿이 모여 함께 즐기며 노는 대신 혼자 마음을 비운 채 말없이 한 곳을 응시하는, 이른바 ‘멍 때리기’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 ‘물멍’, 활활 타들어가는 불꽃을 바라보면 ‘불멍’, 산을 올려다보면 ‘산멍’ 그 이름도 가지가지라는데... 멍 때리기도 꼭 시골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 아파트 주변에도 작은 야산이 많아 그곳을 바라보면 '산멍' 할 수 있으니까요.

밭일 역시 꼭 시골 아니어도 됩니다. 살고 있는 도시 근처 주말농장 같은 곳에 가 땀 흘리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누리는 호사(?) 셋이 반드시 시골이어야 할 필욘 없습니다. 도시에서도 다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시골살이가 도시살이보다 좀 낫다고 여기는 점만 말해보렵니다. 몸과 마음에 확실히 도움 되는 것 같습니다. 삽으로 땅을 뒤집습니다. 삽질은 웬만큼 운동이 되니까요. 노동은 운동이 안 된다고 하지마는 운동하는 기분으로 삽질하면 된다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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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풀을 뽑고 풀을 자릅니다. 이른 봄부터 한동안은 풀을 자르기보다 뽑는데 주력합니다. 그러면 풀내음 흙내음이 코로 들어옵니다. 그 내음, 한 마디로 직이지요. 물론 오월부터는 예초기를 들어야 하지만.

집안에 소소한 생필품 직접 만드는 재미. 소질 없는 사람이 만들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거기에 재미 느끼면 정말 시간 잘 갑니다. 겨울이라 하여 집에만 박혀 있지 않고 뒷산에 땔감 마련하러 톱 들고 올라갑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땀 한 번 흘리고 나면 얼마나 짜릿한지...

또 심어놓은 푸성귀랑 과일이랑 이웃과 나눠먹는 재미, 아랫집 할머니는 그걸 '넘들과 농갈라묵는 재미'라 하는데, 인정의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모습을 도시에선 볼 수 없을 겁니다.

가장 좋은 점은 외손녀 둘이 늘 오면 하는 말,
“할아버지 할머니, 이 집 절대 팔지 마세요. 여기 오면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
아직 손자는 어려 그런 말 못 하지만 워낙 밖에 나다니기 좋아하니까 걔도 크면 이곳을 좋아할 게 뻔합니다. 그러니까 산골살이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참 좋은 삶이라 확신합니다.


82-4.jpg (병든 과일)



<대화 2>

산골에 5년 살다 도시로 다시 돌아온 남자(도돌남)에게 시골살이를 꿈꾸는 한 벗(시꿈남)이 조언을 얻을까 하여 찾아와 얘기를 나눕니다.

시꿈남 : 야 너, 그동안 시골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살았는지 얼굴에 꽃이 활짝 피어 있네?
도돌남 : 니 눈에는 내가 시골 살다 와서 얼굴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가 봐.
시꿈남 :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지 않다는 말이니?
도돌남 : 야 말도 마라, 다시는 시골살이 안 한다. ‘시골’ 말만 들어도 엉걸징사가 난다. (* 어지간히 진절머리가 난다)
시꿈남 : 아니 왜? 무슨 일이 있었어?
도돌남 : 그럼 내가 얘기해 줄 테니 잘 들어봐라.

텃밭 가꾸기, 떠올리기만 해도 얼마나 낭만적인 말이니?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거둬들이고, 겨울에 갈무리한다...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르고 저절로 손아귀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지지? 헌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
씨를 뿌리려면 밭을 일궈야 하고, 밭을 일구려면 필연적으로 삽질해야 한다. 삽질, 그것 노동 중에 완전 중노동이다. 노동에 이골 안 난 사람은 무릎에 무리가 가 연골이 고장 나기 십상. 게다가 땅에 돌이 많으면 일일이 다 골라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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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벌레는 또 어떻고. 모기 파리는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나가고 들어올 때 방충망 열고 닫는 건 필수. 벌도 꿀벌이면 말 안 해, 무서운 말벌 가운데서도 가장 큰 장수말벌... 거미 중에서도 무당거미가 쳐놓은 거미줄 보면 얼마나 징그러운지...
그것뿐이랴, 쉰발이(돈벌레)랑 지네. 특히 지네에게 물리면 생명엔 지장 없으나 물린 자리가 근지러워 한 달은 고생해야 하고. 시골에 살면 다들 연못을 만드는데 처음에야 너무 좋지. 물레방아라도 달아놓으면 떨어지는 물줄기 아래 물고기랑 개구리 노는 모습이 얼마나 이쁘겠어?
그런데 연못을 어느 놈이 가장 좋아하는 줄 아니? 바로 뱀이야. 뱀에게 연못은 환상의 ‘풀빌라’야. 날마다 물속을 드나들어야 하는데 놀이터(물) 멋지겠다, 먹이(개구리) 있겠다, 돌 있겠다. 참 돌은 뱀 허물 벗을 때 꼭 필요해.


82-6.jpg (땔감 장만하기)



겨울철에 땔감 하러 다니는 것도 재미있어 보이지? 그런데 산에 갔다 멧돼지 만나면 덧정 없을 걸. 또 집안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려고 공구 다루다가 손을 다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거기다 공구만 사들여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 하나하나 가격은 다르지만 대부분 30만원 아래위야. 잔디깎기, 엔진톱, 예초기, 전동대패, 전동드릴, 컷쇼, 직쇼, 원형톱, 임팩, 용접기, 컴프레서, 타카...

그렇게 만들었던 생활용품들이 나중에 마음에 안 든다고 부수고. 다시 만들었다가 다시 부수고. 연못 만들었다가 메우고, 꽃밭 가꾸다가 해체하고, 이 나무 심었다가 뽑아내고는 다른 나무를 심고...
특히 사람 만나 수다 떨기 좋아하는 아낙들에겐 지옥이야. 어떤 날은 마을 사람 한 명 보기 힘들 때가 많거든.

눈이 내려온 마을이 하얗게 덮였을 때는 보기야 좋지만 만약 위급한 일 생기면 병원에 가기 힘들지...
혹 집성촌에 들어갔다면 또 얼마나 따돌림이 심한지, '한성받이' 아닌 '딴성받이'는 견딜 수 없을 정도야. 만약 이웃끼리 갈등 생기면 도시 아파트에서야 문 닫고 안 보면 되지만 시골에선 다 문 열어놓고 사는데, 안 보고 살 수도 없고...

도돌남 : 너 이래도 시골에 가 살고 싶니?


*. 오늘 글은 예전에 올렸는데,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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