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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Jan 07.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37)

제37편 : 정공량 시인의 '멈추지 말라고'

@. 오늘은 정공량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멈추지 말라고
                                                           정공량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길은 어디까지 펼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길은 그 어디까지 우리를 부르는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내일이 있기에 여기 서서
  다시 오는 내일을 기다려 봅니다

  누가 밀어내는 바람일까
  흐느끼듯 이 순간을 돌아가지만
  다시 텅 빈 오늘의 시간이
  우리 앞에 남겨집니다

  내일은 오늘이 남긴 슬픔이 아닙니다
  내일은 다시 꽃 피우라는 말씀입니다
  내일은 모든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먼 길입니다

  멈추지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멈추지는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 [멈추지 말라고](2019년)
 
  #. 정공량 시인(1955년생) : 전북 완주 출신으로 1983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그 뒤 소설가로, 평론가로, 동시 쓰는 시인으로 거푸 등단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시전문지인 계간 [시선] 발행인 겸 편집주간


  <함께 나누기>

  아래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남긴 명언 가운데 하나입니다.
  “Continuous effort - not strength or intelligence - is the key to unlocking our potential.”

  번역하면 ‘힘이나 지능이 아닌 끈질긴 노력이 우리의 잠재력을 해방시켜 주는 열쇠다.’는 뜻입니다. 지닌 바 능력은 부족해도 멈추지 않는 자세로 밀고 나간다면 꼭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이 시를 끝까지 읽어보신 분들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어, 이 시는 노래로 부르면 좋을 것 같은데...’ 하는 분들도 계실 테고. 제가 만약 작곡을 할 능력 있다면 시에 곡을 붙여 보겠습니다만... 그만큼 리듬감도 뛰어난 시라 해도 되겠지요.

  “멈추지 말라고 /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길을 가다 보면 너무 힘들어 그 자리에 앉아 쉬고 싶습니다. 허나 쉬면 안 됩니다. 해가 지면 앞을 알 수 없어 어둠 속을 헤매게 되니까요. 도저히 발걸음 떨어지지 않도록 몸이 무거워도 멈춰 선 안 됩니다. 멈추는 순간 모든 건 끝나니까요.

  “길은 그 어디까지 우리를 부르는지 /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길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펼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 그 길에 낭떠러지가 있는지도. 그래도 가야 합니다.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날 수 없으니까요. 오늘보단 내일의 길이 더 낫다는 믿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누가 밀어내는 바람일까 / 흐느끼듯 이 순간을 돌아가지만 / 다시 텅 빈 오늘의 시간이 / 우리 앞에 남겨집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 오늘은 쉴 수 있습니다만 내일은 없습니다. 내일은 멈추지 않고 꾸준히 가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일 뿐이니까요. 길을 가면서 생각합니다. ‘그래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을 거야.’ 그런 믿음이 걸음 옮기는 힘이 되고 목표가 됩니다.

  “내일은 오늘이 남긴 슬픔이 아닙니다 / 내일은 다시 꽃 피우라는 말씀입니다”

  오늘에 머무는 사람에겐 슬픔이 찾아오지만 멈추지 않고 길을 가는 사람에게 내일이란 선물이 기다립니다. 내일은 모든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당당하게 처음 걸음 옮길 때처럼 밀고나가면 날 가로막던 장애물은 저만치 물러섭니다.

  “삶에 지쳐 세상 끝에 닿았다 생각되더라도 / 멈추지는 말라고 멈추지는 말라고 / 흐르는 바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시에서 '바람'은 일반적으로 '장애물, 훼방꾼,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쓰이기에 부정적 의미가 강합니다. 윤동주 님의 <서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에서도 바람은 ‘부끄러움 없이 살려는 나를 힘들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바람은 긍정적 존재입니다. 자꾸만 지쳐 주저앉는 나를 일으켜 세우려는 존재입니다. 지금도 내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겐 방해의 요소로, 어떤 사람에겐 추진력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다르겠지요.

  *. 한자성어로 '순풍만범(順風滿帆)'이 있습니다. 배가 가는 쪽으로 부는 바람이 돛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일이 뜻대로 잘되어가는 형편'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날마다 순풍만범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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