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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Feb 28.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72)

제72편 : 서안나 시인의 '맹자의 성선설을 읽다'

@. 오늘은 서안나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맹자의 성선설을 다시 읽다
                                             서안나

  인간극장을 보다가 드는 생각 하나
  참 이상하기도 하지

  왜 아픈 사람들이
  아픈 사람에게 다가가
  사랑이 되는 것일까

  자석은 다른 극이 만나야
  하나가 되는데
  슬픈 손과 손이 만나
  서로의 슬픔을 어루만진다

  아픈 것들끼리 만나
  밀어내지 않는
  수학으로는 풀리지 않는
  인간이란
  색다른 방정식

  맹자의 성선설을 다시 읽는다
  - [시와창작](2007년 7ㆍ8월호)

  #. 서안나 시인(1965년생) : 제주 출신으로 1990년 [문학과 비평]을 통해 등단. 제주 지역에 관한 글(시 포함)을 많이 쓰며, 현재 시인으로 평론가로 열심히 활동함.



  <함께 나누기>


  언젠가 걸어다니며 '불우이웃돕기' 모금에 앞장서 일하던 활동가가 하도 부탁해서 딱 하루만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적 있습니다. 그는 제가 알기로 부자 동네를 지나쳐 비교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은 동네로 들어서기에 물었습니다.


  “아까 거기가 여기보다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 곳 아니에요?”

  혹 착각했나 싶어 물었더니,

  “맞습니다. 여기가 저기보다 좀 못 사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요.”

  “그럼 왜?”

  의문 담은 제 눈을 잠시 보더니,

  “그게 참 모순이지요. 잘 사는 사람들보다 못 사는 사람들이 모금활동에 더 적극적입니다.”

  말하는 그의 표정에 씁쓸함이 묻어나는 걸 보면서 그때는 그 뜻을 몰랐습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왜 아픈 사람들이 / 아픈 사람에게 다가가 / 사랑이 되는 것일까”

  화자는 이상하게 여깁니다. 아픈 - 가난한, 외로운, 힘든 -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다큐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을 보면서. 그렇지요,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가장 잘 안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의 사정을 가장 잘 알아 나서서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자석은 다른 극이 만나야 / 하나가 되는데 /슬픈 손과 손이 만나 /서로의 슬픔을 어루만진다”

  자석은 두 개의 다른 극이 만나야 달라붙는데 사람은 같은 극끼리 붙는 점에 화자는 의아심을 갖습니다. 슬픈 손과 슬픈 손이 만나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집니다. 문득 달동네 사람에게 가장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은 왜 같은 달동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아픈 것들끼리 만나 / 밀어내지 않는 / 수학으로는 풀리지 않는 / 인간이란 / 색다른 방정식”

  우리네 삶은 수학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수학 공식이라면 부자가 가난한 이를 가까이해야 함이 옳지만 오히려 밀어내는 경향이 더 많습니다. 조금 옆길로 샙니다만 어렵게 살다 재산을 모은 사람이 가난한 이와 짝을 이루기보다 자기보다 더 부자 아니면 자기 정도 되는 이와 결혼하더군요.


  “맹자의 성선설을 다시 읽는다”


  갑자기 성선설이 튀어나왔습니다. 맹자가 성선설을 순자가 성악설을 주장했고, 성선설 성악설이 뭔지 배워 아는 이들에겐 참 뜬금없지요. 문맥이 잘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즉 시 내용과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게 태어났다’ 하는 성선설과 연결시키기 힘듭니다.


  사람은 모두 '성선설'의 바탕이 되는 측은지심(惻隱之心 :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을 지니고 태어났으니 아픈 이를 보면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뜻인지... 그러다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도와주기가 더 낫지 않느냐 하는 반론엔 마땅히 답할 수 없으니...


  그래서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왜 시인은 “맹자의 성선설을 다시 읽는다”라고 했을까요?


  *.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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