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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Feb 29.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73)

제73편 : 나태주 시인의 '아끼지 마세요'

@. 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동시를 배달합니다.


      아끼지 마세요
                               나태주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15년)

  #. 나태주 동시인(1945년생) : 충남 서천 출신으로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동시를 씀. 43년간 충남 지역 초등학교에 근무하다가 공주 장기초등학교를 끝으로 퇴직



  <함께 나누기>


  요즘 나태주 시인을 TV나 강연회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풀꽃' 동시가 워낙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이 시를 쓴 시인 이름은 몰라도 시는 한 번쯤 들어봤을 테니까요.

  이 시인에게 세 가지 소원이 있는데, '(1) 시인이 되는 것, (2) 좋은 여자와 사는 것, (3) 시골에 사는 것’인데 모두 다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생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네 가지로 '(1)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삶 (2) 쉬지 않고 시를 씀 (3) 시골에 삶 (4) 평생 자가용 갖지 않고 삶'



  제 딸이 누나, 아들이 동생이다 보니 자랄 때 자주 싸웠습니다. 과자를 똑같이 나눠주면 동생은 이미 다 먹고 제 누나의 입을 바라봅니다. 허면 우리 부부는 안쓰러운 마음에 동생에게 제것을 좀 나눠주라 합니다. 몹시 싫어했지만 말똥말똥 쳐다보는 얼굴에 일부를 떼줘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딸이 꾀를 낸 게 과자를 받게 되면 반은 어디 감춰두고 나머지 반만 먹습니다. 물론 나중에 혼자 챙겨 먹으려는 잔꾀였지요. 허나 영악한(?) 동생은 아무리 깊숙한 곳에 감춰도 어떻게든 찾아내 먹어치우고, 딸은 울고... 난리도 그런 난리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나 아내는 딸더러 했던 말이 있습니다. "봐라, 이것아! 맛있는 거 아끼다가 똥 된다 안 카더나."


  오늘 시는 읽는 즉시 팍팍 들어올 정도로 해설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동시답게 아주 쉽게 쓰였으니까요.


  우리는 왜 고운 옷, 귀한 그릇, 멋진 구두를 잘 입지도, 잘 쓰지도, 잘 신지도 않고 아껴 보관하려 할까요? 한 사회학자는 이를 현재의 삶보다 미래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아시는지요,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그 미래가 현재가 되어도 즐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오늘 이 순간을 아끼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꼭꼭 숨겨둔 걸 꺼내 최대한 즐겨야 합니다.


  제게 가장 와닿는 구절은,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 아끼지 마세요"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행복해야 해' 이런 말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아니 남용할 때까지 써야 합니다. 오히려 쓰면 다시 생기니까요.


  사람들은 '풀꽃 1'은 다 아는데 '풀꽃 2'와 '풀꽃 3'은 잘 모릅니다. 한 편 더 붙입니다.


      - 풀꽃 3 -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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