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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Mar 18.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82)

제82편 : 곽재구 시인의 '두 사람'


@. 오늘은 곽재구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두 사람
                               곽재구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꽃길을 지나갑니다
  바큇살에 걸린
  꽃향기들이 길 위에
  떨어져 반짝입니다

  나 그들을
  가만히 불러 세웠습니다
  내가 아는 하늘의 길 하나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불러놓고 그들의 눈빛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는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그들이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불러서 세워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1999년)

  #. 곽재구 시인(1954년생) : 광주 출신으로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순천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퇴직했으며, 무게감 있고 울림이 큰 시를 쓴다는 평을 들음



  <함께 나누기>


  제 또래 아는 이들이 모이면 가끔 ‘요즘 젊은것들은 ~~’ 하다가 ‘라떼는 (우리 때는) 말이야 ~~’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입니다. 한 예로 요즘은 돈 모으기보다 차나 여행 등의 즐길거리 찾는 일에 매진할 때 혀를 끌끌끌 하며 차기도 합니다. '저래선 언제 집 마련할꼬.' 하며.


  저도 그렇습니다. 젊은이들이 하는 일에 참견하여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놓고 싶습니다. 지난 설에 딸ㆍ아들과 함께 TV를 보는데 한 젊은이가 하는 행동에 참견하는 나이 든 이의 사례가 나왔습니다. 그때 딸이 ‘아빠는 어디 나가서 제발 저런 행동하지 마세요.’ 하더군요. 그러면 바로 꼰대 취급 받는다고.


  노인을 두고 쓴 표현 둘을 비교해 봅니다. [개미]란 소설을 쓴 세계적인 문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 명이 죽는다는 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하여 노인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예찬했습니다.

  또 어디선가 읽은 글에 한 철학자는 ‘나이 든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고 하였는데, 그 속에는 나이 들어 꼭 쓸데없이 젊은이들 일에 끼어듦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자전거 두 대가 / 나란히 꽃길을 지나갑니다”

  자전거를 탄 사람에 대한 어떤 암시도 없으니 늙은이도 젊은이도 다 됩니다만 문맥으로 보아 젊은이, 특히 젊은 남녀로 봄이 좋겠지요. ‘자전거 바큇살에 걸린 꽃향기들이 길 위에 떨어져 반짝일’ 만큼 참 보기 좋은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나 그들을 / 가만히 불러 세웠습니다”

  자전거 타는 젊은이가 가는 방향을 보니 늙은 화자는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그들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고 싶어 불러 세웠습니다. 젊은이들이 가려는 방향에는 별로 볼 게 없지만 자기가 아는 곳으로 가면 멋진 세계가 펼쳐지리라는 걸 잘 알기에 훈수 두고자 합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불러놓고 그들의 눈빛조차 /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순수하게 도움 주고자 불렀는데 막상 그들의 열망 어린 순수한 눈빛을 보자 갑자기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화자가 아는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그들이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이 든 이들이 볼 때 요즘 젊은이들은 불안해 보입니다. 그래서 뭔가를 가르쳐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아시는지요, 내가 아는 길이 저들이 아는 길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생각보다 내 생각이 더 현명하거나 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불안해 보이는 그 젊은이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삽니다. 걱정 안 해도 자기 갈 길 잘 찾아갑니다. 딸과 아들이 볼 때 꼰대 노릇 하는 아빠 엄마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자기 길 멋지게 찾아간다고 믿어봄이 어떨까요.


  *. 사진은 영화 [달려라 자전거]의 스틸 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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