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 떠나기 전에 [꽃보다 청춘 – 페루 편]을 다시 한번 더 보았다. 거기서 다른 이들보다 가수 윤상에게 초점을 맞췄다. 일행 가운데 오직 그에게만 고산증(이 증세는 엄밀히 얘기하면 병이 아니므로 고산병이라 하면 안 된다고 함)이 와 두통으로 시달리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던 때의 일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가이드가 고산증 예방약(‘소로치 필’)이라고 하며 미리 먹어두라고 해서 한 알 먹기 전까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3,300m 높이에 있는 쿠스코 공항에 내려 호텔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조금 이상했다. 그래도 약간 어지러운 증세라 참을 만했다. 그러나 호텔에 도착하면서 고산증이 한두 사람에게 침범하면서 일행을 옥죄기 시작했다. 볼리비아와 페루에서는 호환 마마보다 고산증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 나게 다가왔으니까.
일반적으로 고산증은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에게 나타나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적응하는데 한 명쯤 증세가 심하여 괴로워한다고 했으니... 우리 일행은 열두 명, 그러면 이론상으로 한 명은 고산증에 심하게 시달릴 수 있다는 계산. 그 한 명이 내가 될지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일.
다들 조금씩 어지럽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머리가 아프다면서 들어 눕는 게 아닌가. 그러니 우리 모두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원래 남편이나 아내 가운데 한 명이 증세가 심하여 쿠스코에 머물기 힘들면 부부 함께 리마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던 터. (초등학교 동기 부부 6쌍이 일행)
만약 내게나 아내에게 고산증이 심하게 나타나면 평생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니 그리 억울한(?) 일이 다 있을까. 나는 아내를 걱정했다. 오기 전에 감기가 심해 입술이 부르트기까지 했으니... 그러나 웬걸, 우려와는 달리 쿠스코에 오자 싱싱하게 살아나지 않은가.
반대로 나에겐 악재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변을 보지 못해 사상 최악의 변비로 치달아 무려 세 시간 화장실에서 악전고투했던 것이다. 겨우 그 터널을 빠져나오자 이번엔 화장실에서 너무 힘쓴(?) 덕분인지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맥박을 잡으니 부정맥까지 나타나는 게 아닌가.
예전에 부정맥 수술한 경험이 있던지라 긴장이 되었고, 긴장하니 더욱 박동이 심해져 어느 누가 손을 심장에 대도 느껴질 정도. 우리나라로 전화하여 아는 심장 관련 외과의사와 통화를 하니 심장 쪽에 어떤 형태든 통증이 오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빨리 가야 하나, 그런 증세가 없으면 시간이 가면 가라앉는데 혹시 시간이 오래돼도 가라앉지 않으면 그때 병원에 가도 된다는 말에 기다렸더니 다행히 가라앉았다.
그런데 나는 회복이 되었으나 처음 두통이 나타났던 일행 한 사람은 나중에 구토까지 해댔고, 다른 몇몇도 정상 기력을 못 찾아 마추픽추 관광에 적신호가 군데군데 켜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루를 쿠스코 시내 관광으로 때우고 다음날 상태를 보아 진행하기로 했는데, 날이 밝자 다행히 다들 몸을 회복해 한 사람의 기권자 없이 무사히 마추픽추에 오를 수 있었다.
고산증,
여러 의사가 여러 말을 하며 인터넷에서도 여러 증세와 처방이 떠도는데, 한 마디로 결정지을 수 없는 증세다. 가이드가 한 삼백 명쯤 남미에 손님을 모시고 다녔다는데, 이런 말을 했다.
“고산증은 건강 여부와, 나이 여부와, 남녀 여부에 관계없이 오니까 부모로부터 그런 증세가 오지 않는 체질을 물려받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어요.”
이 녀석(?)은 참 희한한 놈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알프스 몽블랑을 4,000m 넘게 올랐을 때도, 중국 구채구(이곳 가기 위해선 ‘주자이거우 황룽 공항’을 거쳐야 하는데 해발 3,500m의 고지에 있음) 올랐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다던 일행 한 사람이 여기 와서는 고산증에 시달렸으니...
우리 일행에게 특히 고산증 증세가 많이 나타난 까닭을 관광을 마치고 내려와 분석해 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나이가 다들 많았다. (경로 우대증 발급받을 즈음이니까)
둘째, 코감기에 다 걸려 있었다. 처음 한 사람만 감기에 걸려 있었으나, 함께 좁은 차를 타고 다니는 바람에 시간이 가면서 모두에게 전염되었고, 고지대에서는 심호흡을 해야 함에도 코감기 때문에 충분히 산소를 빨아들이지 못했다.
셋째, 예방약이라고 먹은 그 약이 오히려 부작용이 일으켜 심장 박동을 증가시키는 증세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첫째 고산병을 이겨내려면 코감기에 걸리지 않아야 되고, 만약 걸렸다면 쿠스코 가기 전에 다 낫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식생활이 바뀌면서 변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니 스스로 조절하거나 아니면 생약 성분의 약을 가져가야 한다.
셋째, 절대 뜨거운 물로 샤워하지 않는다. 일행 가운데 한 명은 샤워한 뒤 급격히 나빠졌다. (단 개인차가 있음)
넷째, 천천히 걷고 행동하고 술은 절대 마시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고산증 예방약은 한 번만 먹고 반응을 본 뒤 다시 먹는다. 약보다는 산소봉지 사서 증세가 일 때마다 마셨더니 좋았다는 사람도 있다.
여섯째, 중남미 여행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라.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다.
*. 제목에 나오는 ‘난리버꾸통’은 ‘난장판’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 커버 사진은 기념품 가게에서 산 그림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