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펌프는 샘솟아 오른다. 그렇다, 그대를 기다리는 나의 조금의 눈물도 그렇다. 건드리지 말라고 몸부림치는 지하수들은 아예 눈물지어 깊이 흐른다. 고작 한 방울의 식염수로 울컥이는 펌프처럼 나의 갈망을 전언하면 넘치는 샘의 시린 줄기는 쇠 가슴 가득 아린 눈물 쏟는다. - [날카로운 첫 키스](2022년)
#. 마종하 시인(1943년 ~ 2009년) : 1968년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 두 군데 동시에 당선되는 바람에 신춘문예 중복투고 금지를 낳게 한 장본인.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36년간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했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했으며, 특히 「딸을 위한 시」가 유명함.
<함께 나누기>
예전에 마중물과 꾸중물('구정물'의 사투리)이란 제목의 수필을 써 배달한 적 있습니다. 마중물은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을 가리키는데, 이때 처음 끌어올린 물은 꾸중물 상태이나 잠시 후 깨끗한 물로 바뀝니다.
그때 깨끗한 물이 되기 위해선 먼저 더러운 물(꾸중물)이 나와야 된다는 식의 논리로 전개했습니다. 오늘 시는 제 글과 전혀 다른 흐름을 보여줍니다. 그대에 대한 그리움이 마중물로 하여 샘솟아 오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