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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Jun 05.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128)

제128편 : 마야 안젤루 시인의 '나는 배웠다'

@. 오늘은 마야 안젤루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나는 배웠다

                              마야 안젤루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이 세 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당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그들이 당신 삶에서 떠나갔을 때

  그들을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무엇인가를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날마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따뜻한 포옹

  혹은 그저 다정히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 [마음 챙김의 시](2020년, 류시화 편찬)


  #. 마야 안젤루(1928년 ~ 2014년) : 미국의 여성 인권운동가이면서 시인이며 소설가.

  7살 때 이혼한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한동안 실어증에 걸렸으나 시 낭송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말을 되찾음.

  16세에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식당 조리사, 자동차 정비공, 웨이트리스, 나이트클럽 가수를 전전하다가,  자전적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안다]를 발표해 흑인 대표 문인으로 등장.

  오프라 윈프리, 미셸 오바마(오바마 대통령 부인)의 멘토로 알려졌으며, 드라마 〈뿌리〉와 영화 〈아메리칸 퀼트〉에도 출연.

  2022년 1월 10일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25센트 주화에 얼굴이 새겨짐




  <함께 나누기>


  제 글을 배달받는 분들은 아시고 계시겠지만 수요일엔 여성 시인의 시를 골라 올립니다. 그리고 이맘때 수요일에는 외국 여성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작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여성 시인 ‘심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


  오늘 시는 어디선가 한두 번쯤 읽어봤을 겁니다. 워낙 가르침의 말인 잠언처럼 우리들 삶에 지침이 되는 시구가 많으니까요. 또 내용 역시 어렵지 않아 언제든 책갈피에 넣어뒀다가 꺼내 읽어도 좋은 시입니다.


  따라서 일일이 해설을 달지 않고 함께 생각할 부분만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배웠다

  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 이 세 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


  궂은 날('궂은날'이 아님)은 '비나 눈이 내려 날씨가 나쁜 날'이란 뜻이니 맑다가 갑자기 기상이 바뀌어 비가 억수로 쏟아질 때와 같을 때나, 아끼는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나,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엉클어졌을 때의 세 상황은 모두 '당황스럽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이 당황의 순간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의 인간성을 알 수 있다는 식으로 읽습니다.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그렇지요. 오직 먹고살기 위한 삶과 인간답게 사는 삶은 다르겠지요. 차마 인간으로서는 못할 짓, 해서 안 될 짓을 하는 사람들이 생계 위해서란 핑계를 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허나 우린 어디까지나 '인간'이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을 / 무엇인가를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포수 글러브는 투수의 공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가끔 도루 감행하는 주자 잡으려 내야수에 공을 던지기도 합니다. 헌데 양손에 글러브 다 끼고 있다면? 여기서 '양손에 낀 포수 글러브'는 또 받기만 할 뿐 남에게 주려 하지 않는 극히 이기적 성격을 뜻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에서 저를 가장 크게 움직인 시행은,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시를 공부할수록 더욱 어려워짐을 느낍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합니다.

            (28센트에 새겨진 마야 안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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