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Jun 06.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129)

제129편 : 김강태 시인의 돌아오는 길(129)


@. 오늘은 김강태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돌아오는 길
                              김강태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 [등뼈를 위한 변명](1995년)

  #. 김강태 시인(1951년 ~ 2003년) : 충남 부여 출신으로 1978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한국문학도서관(KLL)’ 대표이사와 도서출판 [푸른 나무] 발행인으로 있다가 대장암으로 별세.




  <함께 나누기>

  짧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죠?
  우리는 대체로 희망보다는 절망, 기쁨보다는 아픔을 지니며 살아왔습니다. 그러기에 늘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 행복 기쁨은 따뜻함으로 연결되고, 절망 불행은 슬픔은 차가움으로 이어짐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이 시도 출발을 그리 합니다.

  “.....춥지만, 우리 / 이제 /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그동안 너무 추웠습니다. 아니 절망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제 어둡고 칙칙한 빛깔 벗겨버리고 밝고 화사한 빛깔로 희망을 그려가고 싶습니다. 시의 첫 부분에 말줄임표로 시작하는 까닭을 살펴볼까요? 그동안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절망 속에서 살았는데, 이제 싹을 틔우려는 마음을 말줄임표로 드러냅니다.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가는 길이 한참 돌아오는 길이란 뜻만 담긴 게 아닙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쭉 뻗는 편한 길 대신 빙빙 돌아서 오는 길이었습니다. 직선로는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면 됩니다만, 돌아서 가는 길엔 무엇이 가로막을지 모르고, 또 훨씬 힘이 드는 삶의 길입니다.

  허나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래서 길가에 앉아 채소 몇 가지를 놓고 파는 아주머니에게 묻습니다.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아 이 표현, 시의 다른 부분은 다 잊어도 이 시행만은 잊지 못할 겁니다. 아주머니가 파는 싱싱한 채소처럼 나의 희망도 파릇파릇 하기를, 그래서 다시 일어설 기회 얻기를 바라며 물어봅니다. ‘절망을 솎아 낸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하고.

  오늘 만나는 들에게 인사로 이렇게 해보세요. ‘혹 희망 남은 게 있으면 좀 파세요?’ 또는 ‘제 희망 조금 남으니 그냥 드리겠습니다’ 하고.
  “희망 한 단에 얼마에요?”
  작은 소리, 큰 울림!


작가의 이전글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12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