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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Jul 27. 2024

목우씨의 두줄시(1)

제1편 : 짐과 심(心)

  * 목우씨의 두줄시(1) *



          - 짐과 심(心) -


  어깨 위에 진 짐이 무거워 떨치려 했는데
  버려야 할 짐 대신 욕心이 짓누르고 있었다




  <함께 나누기>

  한 벗이 퇴직할 무렵 버킷리스트 몇 가지와 앞으로 이런 자세로 살겠다고 다짐한 내용을 각각 정했답니다. 버킷리스트 가운데 제 기억에 남는 걸로 킬로만자로산에 올라가 표범 만나보기와 알래스카 가서 백곰 만나보기...
  불행히도 퇴직하던 해에 코로나가 들이닥쳐 해외로는 나갈 수 없어 해외여행 버킷리스트는 사용 못하고 고민하다가 국내 한달살이로 바꾸었답니다.


  앞으로 이렇게 살겠다고 다짐한 자세로 기억나는 항목이 욕심 비우기, 불우이웃에게 도움주기, 하루 한 가지 착한 일하기... 대충 이런 얘기였는데, 제가 듣고 이리 말했습니다.
  "자네가 단 한 가지라도 실천하면 성인 반열에 들 거네."
  벗이 픽 웃으며,
  "이제 일도 내려놓았으니 마음 내려놓기가 뭐 그리 어렵겠어." 하더군요.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 1563년 빈 미술사박물관)



  지난 달 만나 얘기 나누다 '다짐한 삶의 자세'를 몇 가지 실천했느냐고 물으니 하나도 실천 못했다 하더군요. 다시 제가 물었지요. "왜 못했느냐?" 하니까, "이상하게도 나이 드니까 욕심이 더 늘어나더라."고 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그 벗보다 3년 일찍 직장을 나온 덕에 그 이치를 먼저 깨달았지요. 나이 들수록 욕심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늘어난다고. 아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하시는 분도 꽤 될 테니까요. 허나 저처럼 깨달은 바가 못한 이들도 제법 되나 봅니다.

  옛 성현들은 '나이 들수록 욕심이 줄어들고, 사람됨도 진중해진다'고 했습니다. 그 말대로 되어야 할 텐데 그리 되지 못한 사람은 왜 그럴까요? 어떤 이는 나이 들수록 욕심이 많아지는 까닭을 여태 모은 걸 다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두려움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럼 진중함을 잃고 말이 많아지는 까닭은? 그에 대한 답은 자기가 오래 살아 쌓은 경륜에서 보면 어린 사람의 행동이 못마땅해 보여 참견하지 않고선 못 견디기 때문이요, 또 여태 자기가 살아온 궤적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 했습니다. 정말 그래서인지 어깨 위에 진 무거워진 삶의 짐을 떨치고 나면 가벼워질까 했는데, 웬걸 짐보따리에 다른 욕心이 들어와 꽉 채웠습니다.


  '욕심을 버려라', '마음을 비워라', '낮은 곳에 눈길 줘라', '사람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다', '세상을 보는 눈을 좀 더 넓게 가져라' ... 참 좋은 말인데, 글로 쓰긴 참 좋은 표현인데, 책갈피에 꽂아두었다가 생각날 때마다 꺼내 되새겨야 할 말들이건만...
  오늘도 그 글귀 적힌 종이는 바람에 날려 저쪽 한 구석에 쳐박혔다가 비 맞으며 사시나무처럼 떨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 사진 첫째는 [매일신문(2023.06.23)]에 실린 한국전쟁 당시 지게부대(국군에게 보급품을 지게로 배달한다는 뜻에서 붙인 부대 이름)이며,
  둘째는 욕망의 상징인 '바벨탑'인데,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1563년, 빈 미술사박물관 소장)이며,

  셋째는 [ezrabible(2019.07.29)]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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