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Aug 03. 2024

목우씨의 두줄시(2)

제2편 : 누가 주인이지?

  (2) 누가 주인이지?


  산과 개울에 산토끼도 가재도 흥감하며 놀았다
  논이 밭이 집이 들어서자 고라니와 멧돼지가 쳐들어왔다

  * 흥감하다 : 흥겹게 느끼다.



(오소리)



  <함께 나누기>

  그러니까 불과 이십 년도 채 안 된 적의 일입니다. 2005년 처음 이곳 달내마을에 왔을 때 계곡에는 개울물이 흐르고 거기에 버들치도 가재도 살았습니다.
  가로등 없던 여름 밤하늘 올려다보면 미리내(은하수)가 젖빛강처럼 흐르고, 북두칠성ㆍ 카시오페아ㆍ 백조자리 별들도 훤히 보였습니다. 게다가 반딧불이를 밤마다 보게 돼 정말 이곳이 '별유천지비인간'인가 하고 흥분한 적도 있습니다.

  뒷산에 오르면 산토끼ㆍ 오소리ㆍ 멧돼지ㆍ 노루ㆍ 고라니ㆍ 너구리 흔적이 자욱이 남아 있고 가끔씩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뿐인가요, 패랭이꽃ㆍ 산도라지꽃ㆍ 할미꽃ㆍ 취꽃ㆍ 하늘말나리도 자주 보여 눈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반딧불이)




  헌데 불과 이십 년 사이 산골마을은 변했습니다. 누가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란 말을 만들었을까요? 개울에서 가재 본 지 좀 오랩니다. 다행히(?) 버들치는 눈에 띄지만 물방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여름에 밤하늘 올려다보면 가로등이 군데군데 있어 '별 볼 일' 없습니다. 그래도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봄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반딧불이는? 네 반딧불이는 아주 가끔 보입니다. 여름내 한두 번. 그 녀석들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그 기쁨 주려 나타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산에는 야생동물이 삽니다. 허나 산토끼 오소리 노루는 보이지 않고 야생성이 강한 너구리 고라니 멧돼지만 보일 뿐. 숲에서 패랭이꽃 할미꽃 산도라지꽃 더덕꽃은 다 사라졌습니다. 보이는 족족 돈 된다고 캐갔기 때문이지요.


(패랭이꽃)



  산골마을은 변했지만, 아니 세상은 변했지만 변한 걸 모르고 삽니다. 몰라도 잘들 삽니다. 가재 버들치 물방개가 개울에 보이지 않아도 물은 흐릅니다. 대신에 물이끼가 생기고 우스개로 말하는 녹조라떼가 한가득입니다.
  별과 별자리 안 보여도 사는데 하등 지장 없습니다. 북두칠성에서 북극성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북쪽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반딧불이 대신에 반짝이는 조명 장치 달면 겨우 한 번씩 날아드는 반딧불이보다 밤새 반짝반짝 빛을 내니 참 좋습니다.

  산토끼ㆍ 오소리ㆍ 노루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산이 외로워하진 않을 겁니다. 대신 고라니와 멧돼지가 한가득 버글버글하니까요. 숲에 패랭이ㆍ 할미꽃ㆍ 산도라지꽃 더덕꽃 없어도 괜찮습니다. 아니 돈을 주면 더 이쁘게 개량된 꽃들을 꽃집에 가 한껏 살 수 있습니다.


(가재)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산골마을이 확 바뀌었습니다. 고라니가 멧돼지가 놀러 오지 않고 쳐들어옵니다. 고구마밭 옥수수밭 땅콩밭을 거닐지 않고 짓밟습니다.
  우리가 그랬지요, 잘 살고 있던 그들의 터전을 짓밟아 밭 만들고 집 만들고 길 만들고. 우리가 그랬지요, 가로등 켜놓으면 훤해서 좋다고. 골프장 만들어 골프 치면 참 좋지요, 농약 섞인 물 내려와 가재와 물방개가 없다 하여 아쉽지도 않구요.


(산토끼)




  없어도 됩니다. 그까짓 거. 돈 안 되잖아요. 돈 안 되는데 그까짓 거에 연연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산을 깎아내 집을 만들고 밭을 만들어야 사람 편히 살 수 있잖아요. 고라니 멧돼지 그 녀석들 까불어도 총 한 발이면 다 끝납니다.
  경운기로 약치다 헬리콥터로 약치다 이젠 드론 띄워 약치면 되고, 그래서 들판이 약으로 범벅돼도 괜찮습니다. 농약이 들어온들 의학자들이 연구 또 연구해 약을 만드니까요. 사람이 우선이잖아요. 사람이 최고잖아요. 사람도 '나중 사람' 아닌 '현재 사람' 먼저 생각하며 살면 되잖지요.


작가의 이전글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16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