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순 시인(1950년생) : 경북 봉화 출신으로 1977년 [아동문예] (동시)와 [자유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교대를 나와 초등교사로 근무하다가 [소년한국일보] 입사한 뒤 동시와 동시평론 등 아동문학 발전을 위해 노력
<함께 나누기>
예전에 「타조와 하늘다람쥐」란 제목으로 생활글(수필)을 써 배달한 적 있습니다. 읽은 분들은 기억에 없을지 모르나 쓴 사람의 기억엔 남아 떠오릅니다.
대충 ‘타조는 원래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였는데 덩치가 커 날기가 힘들자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생활하는 새가 되었고, 하늘다람쥐는 반대로 땅에서 나무 위를 오르내리며 살았는데 어느 날 날개가 생기면서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다니며 생활하게 되었다’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오늘 시에서 벌은 육식주의자였는데 지금은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글 쓰는 사람은 자기 글의 정당성을 위해 면밀히 조사했을 테니 맞는 말일 겁니다. 다만 그 까닭에 대해선 시인의 감성이 담았을지 몰라도.
시로 들어갑니다.
“벌은 원래 육식이었다네 / 1억 5천만 년 전에 / 파리 진딧물 나비 거미를 잡아먹는 육식이었다네”
시의 내용과는 좀 다른 얘긴데 ‘육식’ ‘채식’ ‘잡식’ 가운데 어떤 '식'을 하는 동물이 가장 오래 살고 어떤 동물이 가장 빨리 멸종할까요? 제가 언젠가 읽은 글에 오래 사는 순서로 ‘잡식 〉채식 〉육식’ 순이라 했습니다. 또한 덩치가 큰 동물 종(種)보다 작은 동물 종이 오래 버틴다고.
잡식과 채식 둘 중 오래 살기의 예로는 노루와 고라니를 들면 됩니다. 잡식성인 고라니가 채식성인 노루보다 훨씬 번식하여 우성종이 되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채식주의자가 육식주의자보다 오래 산다는 과학자들의 이론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잡식 〉채식 〉육식’라는 등식이 맞겠지요.
“꽃가루받이 택배 대가로 / 꿀을 얻어다 새끼를 길렀다네 / 그게 편해 채식주의자로 바꾸었다네”
벌이 채식주의자로 변신한 까닭에 대해선 학자들의 연구가 있었겠지요. 다만 시에선 그런 학술적인 의미를 따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시인의 감성이 들어갑니다. 공룡처럼 덩치 큰 동물이 활개 치는 육식의 세상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해 육식을 그만 포기했다고.
“그보다 채식주의자가 된 다른 이유가 있었다네 / 꽃을 사랑했다네, 아주 열심히”
우리가 시를 읽게 되는 근본 까닭을 봅니다. 시는 과학적인 이론과는 아무 관계없습니다. 한 예로 ‘봄이 되면 저 나뭇가지에 새싹 움돋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면 과학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지요. 사람은 절대로 새싹 움돋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벌이 채식주의자가 된 원인은 꽃을 아주 열심히 사랑했고, 거기에 덧붙여 꽃 몰래 향기를 훔쳐가려고 한답니다. 이런 표현이 시의 품격을 높입니다. 다음 시행과 함께. “채식주의자가 된 진짜 원인은 그것도 아니라네 / 꽃 몰래 향기를 훔쳐가는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