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 시인(1956년생, 본명은 ‘창식’) : 충남 논산 출신으로 198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서울 오산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했으며, '짧은 시 쓰기' 운동가며 실천가로 불림
<함께 나누기>
우리가 잘 알고 있어야 함에도 잘 모르고 있다가 진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다른 부분보다 나무를 두고 얘기해 볼까요? 우리 민족이 가장 오랫동안 사랑한 나무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소나무라 할 겁니다. 그럼 외국에선 소나무를 우리나라 나무라 부를까요?
소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 두 곳에서 가장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일본인들이 재빠르게 먼저 세계에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소나무의 영어 이름은 ‘일본 적송(Japanese red pine)’이 되었습니다. 주인이 어리석어 이름 도둑맞은 경우지요.
소나무과에 속한 잣나무만 우리 차지가 되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잣나무의 영어 이름은 'Korean pine’입니다. (다만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소나무에 국립수목원에서 'korean red pine'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봄이 되면 진달래와 더불어 온 강산 방방곡곡을 뒤덮는 개나리가 우리나라 특산종임을 아십니까? 개나리는 그래서 학명 ‘Forsythia koreana’로 ‘korea’가 들어갔습니다. 개나리 말고 구상나무도 학명 ‘Abies koreana’로 ‘korea’가 들어가 있고.
해마다 4월 5일 즈음이면 '나무를 사랑하자' '나무에게 배우자' '나무가 살아야 지구가 산다' 이런 말이 먹물 많이 든 이들에게서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서 나무 심기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山地)의 자원화를 위하여 식목일을 제정했습니다.
여기서 ‘심기’를 강조했습니다만 식물학자들은 심는 일보다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해 ‘숲의날’이나 ‘나무의날’로 바꾸자고 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날짜도 당겨야 옳은데 이왕이면 日月火水木金土를 활용해, 3월 마지막 주 목요일로 하자고 주장한 학자도 나왔습니다. 木이 나무니까 나름 의미 있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또한 둘째 시에서 지구의 주인은 당연히 인간이라 알고 있는 우리에게 시인은 日月火水木金土 풀이를 통해 아주 쉽게 정의합니다. ‘해 달 불 물 나무 쇠 흙’, 이 일곱 가지를 한 마디로 묶을 수 있습니다. '자연'이란 한 낱말로.
그렇지요, 우리도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무시하고 생각지 않으려 했을 뿐. 그래서 우리 인간은 지구와 나무에 더부살이하는 존재이므로 식목일이 되면 한 해 잘 부탁드린다고 허리 굽혀 공손히 인사해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