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194)

제194편 : 장하빈 시인의 '하루'

@. 장하빈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하루
장하빈

밥숟가락 들었다 놓는 사이
하루가 지나갔다

하얗게 피어난 밥 한 공기
시래깃국 말아 후루룩 넘기는
아침상 물리자마자

쪽문으로 들어온 이웃집 멍멍이
개똥 차반 차려놓고 가는
따뜻한 저녁 맞는다

식탁 귀에 놓인 앉은뱅이달력
당기면 하루가 오고
밀치면 하루가 갔다

허공의 까치밥 쳐다보는 사이
한생이 지나갔다
- [까치 낙관](2012년)

#. 장하빈 시인(1957년생, 본명 ‘장지현’) : 경북 김천 출신으로 1997년 [시와시학]을 통해 등단. 교사로 근무하다가 명퇴한 뒤, 현재 팔공산 자락에 ‘다락헌’이란 이름의 글방을 지어 머물며 시를 쓰면서, 올 2월에 대구시인협회 회장을 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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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시간에 대한 개념이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젊을 때는 하루하루는 잘 가는데 한 달 일 년이 잘 안 간다 하고, 나이 드니까 반대로 하루하루는 잘 안 가는데 한 달 일 년을 얼마나 잘 가는지. 고개 한 번 돌리면 한 해가 저문다고 합니다.
헌데 같은 나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듯. 바쁘게 사는 사람에게 하루는 금방이요, 느긋하게 사는 사람에게 하루는 길고.

시로 들어갑니다.

“밥숟가락 들었다 놓는 사이 / 하루가 지나갔다”

요즘 일어나 아침 먹고 마을 한 바퀴, 오전 시 공부 잠깐, 점심 후 텃밭 둘러보기, 저녁 후 실내자전거 타기로 하루가 흘러갑니다. 거기에 바깥나들이 있다면 얼마나 바쁜지 정말 하루가 후딱입니다. 이를 시인은 '밥숟가락 들었다 놓는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다'라고 표현합니다.
'밥숟가락', 가만 보면 요즘 특별한 일 없으면 하루 일과 중 밥 먹기가 가장 큰 시간 비중을 차지하니 이 표현이 맛납니다.

“하얗게 피어난 밥 한 공기 / 시래깃국 말아 후루룩 넘기는 / 아침상 물리자마자”

아침상 대하는 화자의 자세입니다. 밥 한 공기 시래깃국에 말아 후루룩 넘기는 모습으로 보아 화자는 도시보다 시골살이를 하는 듯. '후루룩 넘기는'에서 하루의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뜻으로 새깁니다. 시계의 시침은 도시가 빠르게 돌지만 하루의 시간은 시골이 더 빠르다고.

“쪽문으로 들어온 이웃집 멍멍이 / 개똥 차반 차려놓고 가는 / 따뜻한 저녁 맞는다”

아침식사 후 오전오 후 일과가 빠지고 바로 저녁으로 이어짐에 주목합니다. 그만큼 하루의 시간이 짧다는 의미지만, 하루라는 시간 속에 급박히 흐르는 뭔가에 매이지 않고 산다는 뜻도 포함합니다. 거기에 '따뜻한'도 한몫하고.

“식탁 귀에 놓인 앉은뱅이달력 / 당기면 하루가 오고 / 밀치면 하루가 갔다”

앉은뱅이달력, 아무렇게나 그냥 표현한 시어 같으나 시인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앉은뱅이책상' '앉은뱅이의자'란 말은 흔히 쓰지만 앉은뱅이달력은 이 시 말곤 보지 못했으니까요. 앉은뱅이달력의 이미지가 눈에 쉽게 그려진다면 그것이 큰 달력에 비해 쉬 넘길 수 있으니 하루가 빨리 지나감을 보여줌에 적합한 시어가 되겠지요.

“허공의 까치밥 쳐다보는 사이 / 한생이 지나갔다”

이 시행에 잠시 눈길 주다가 얼른 책갈피에 담았습니다. 이제 감나무에 감이 붉게 익어갈 즈음이지만 아직 홍시는 멀었고, 까치밥 남길 시간은 좀 더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까치밥만 남기고 홍시 다 딸 즈음이면 한 해 마감의 달력도 떨어집니다.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또 가면 한생이 지나갑니다.

그럼 시인은 단지 나이 드니 시간이 매우 빨리 지나간다는 뜻으로 이 시를 썼을까요. 그보다는 나이 들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니, 하려고 작정한 일을 미루지 말고 하란 뜻으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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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의 시작은 일출에서 하루의 마감은 일몰로 보아, 첫 사진은 일출이요 둘째 사진은 일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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