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196)

제196편 : 김인육 시인의 '짝퉁 우씨'

@. 오늘은 김인육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짝퉁 우씨

김인육


세상은 가끔 진품과 짝퉁을 혼동한다


열아홉에 가방끈을 놓고 나서

오십이 되도록

가방만 만들었다는 짝퉁가방 기술자 우씨

세상 사람들, 욕되게 그를 부르듯

우씨~ 우씨~

제 불만 함부로 내뱉지만

짝퉁가방 우씨는

짝퉁 같은 세상, 욕하지 않는다

그까짓 짝퉁 세상의 치욕쯤이야

드르륵, 재봉틀로 박아버린다

발신인 알 길 없는 뭇 설움도 곱게 재단을 하고

주소불명의 뿔난 분노도 얌전하게 가봉한다

더러, 곰팡내 같은 음습한 간난(艱難)이

고장 난 지퍼처럼 이빨을 벌리기도 하지만

허허허

너털웃음 환한 마술사 우씨는

똥 같은 세상을

폼나는 똥으로 바꾸어놓는다

진품입네 똥내 풍기는 것들, 껄껄 웃어주며

때깔 고운 그의 똥을 '짠' 하고 내어 놓는다

진품보다 착한

진품 우씨의, 짝퉁 루, 이, 뷔, 똥

- [잘 가라 여우](2012년)


#. 김인육(1963년생) : 울산 북구 산하동 출신으로 2000년 [시와 생명]을 통해 등단. 현재 서울 양천고 교사로 재직 중인데, 「사랑의 물리학」이란 시가 2016년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에서 읽히면서 주목을 받음.




<함께 나누기>


중국 광저우에는 세계 최대의 짝퉁 시장이 있다고 합니다. 뿐인가요, 럭셔리 명품의 본고장인 이태리 나폴리에서도, ‘구찌’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의 짝퉁 명품이 거래되는 양이 60~70억 (90조 이상) 유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짝퉁이 욕 들어먹는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짝퉁이 쓸모 있을 때도 종종입니다. 짝퉁이 쓸모 있다니?


제가 고등학교 때 단체관람으로 본 [자바의 동쪽]이란 영화가 떠오릅니다 그 영화에서 화산 폭발 장면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납니다. 어제 다시 찾아보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과 발리섬 사이 자바 섬에 있는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한 작품이랍니다.

이 영화를 만들려고 감독은 실제 여러 활화산을 찾아가 촬영했는데 막상 영화에 쓰려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세트를 제작해(가짜, 짝퉁) 만들어냅니다. 짝퉁으로 만들어낸 화산 폭발, 이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50년 전에 영화 본 고등학생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그 감독은 나중에 이렇게 고백했다고 합니다.

“내가 실제 화산 폭발 장면을 찍은 영상을 올렸다면 절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시로 들어갑니다.


시 속에 나오는 우씨는 고등학교 졸업한 뒤 근 30여 년간 가방만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진품 아닌 짝퉁가방만.


“세상 사람들, 욕되게 그를 부르듯 / 우씨~ 우씨~”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욕 가운데 ‘에이씨~!’ 또는 ‘우이씨~’, 줄여서 ‘우씨~’가 있습니다. 요즘 욕도 업그레이드 돼 ‘우이씨~’ ‘우씨~’는 욕의 범주에 들기엔 강도가 너무 약합니다만.


“짝퉁가방 우씨는 / 짝퉁 같은 세상, 욕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짝퉁가방 만드는 우씨를 보고 ‘우씨~’ 하고 욕하듯이 놀리며 말합니다. 만만하니까 하는 욕인지도 모르지요. 헌데 우씨는 그런 욕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립니다. 세상이 온통 짝퉁인데 짝퉁 만들어 파는 내가 무슨 잘못 있느냐고.

둘러보면 우리 사회에는 짝퉁이 참 많습니다. 결혼한 뒤 아이 낳으면 아빠는 좀 닮았는데 엄마는 닮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하지요. 이럴 때 쓰는 말이 ‘얼굴짝퉁’입니다.


처음 ‘게맛살’을 먹었을 때 정말 게살을 넣은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사 게살 아닌 '게맛 나는 생선살'로 만든 제품임을 알았지만, ‘맛짝퉁’입니다. 철근 빼고 지은 소위 ‘순살아파트’, 아파트에도 순살이란 말이 쓰일 줄 정말 몰랐습니다. '아파트짝퉁'입니다.


“그까짓 짝퉁 세상의 치욕쯤이야 / 드르륵, 재봉틀로 박아버린다”


남들이야 짝퉁가방 만든다고 욕할지 모르나 우씨는 그까짓 남들 말은 아예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기가 만든 짝퉁가방이 진품보다 더 정성이 담겼고 알차다는 뜻을 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똥 같은 세상을 / 폼나는 똥으로 바꾸어놓는다”


더러운 똥 같은 세상, 이왕 세상이 똥 같다면 폼나는 똥이 되고자 합니다. 물론 가방 두고 한 표현이 아닙니다. 가방의 주인인 사람을 두고 한 표현이지요. 진품 같지 않은 사람(덜 된 인간)이 진품 행세하는 세상에 나는 가짜지만 적어도 솔직하게 살고 있다고.

여기까지 읽으면 이 시가 비트는 - 풍자적 -시임을 알게 됩니다. 아무리 고급 옷을 입고 고급 가방을 걸치고 고급차를 몬들 사람됨이 가짜라면 그는 똥보다 못한 존재 아닐까요?


“진품보다 착한 / 진품 우씨의, 짝퉁 루, 이, 뷔, 똥”


‘짝퉁 우씨’는 소위 명품을 모방하여 짝퉁가방을 만들지만 그 삶만큼은 진품의 삶을 산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니 갑자기 두려워집니다. 나는 진짜 똥도 되지 못한, 똥보다 못한 인간이 아닌가 하고. 짝퉁의 삶이 아니라고 당당히 외쳐야 할 텐데 자신 없으니...


첫째 행 "세상은 가끔 진품과 짝퉁을 혼동한다"가 내내 마음에 걸리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 첫째는 400만 원짜리 루이뷔똥 가방이며, 둘째 소녀시대 윤아가 걸친 에코백은 4만원 대라고 합니다. 이러면 가방이 문제 아니라 사람이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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