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산골일기(186)

제186화 : 누군가를 모함하려면?

* 누군가를 모함하려면? *

- 내가 겪은 필화 사건 -



현재 살고 있는 달내마을로 이사 오자마자 진보적인 모 인터넷뉴스에 ‘산골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십 년이 다 된 일이다. 처음에 이런 글을 실어줄까 누가 읽어줄까 했는데, 날이 가면서 인기를 얻어(?) 드디어 ‘개인 연재방’까지 꿰차는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다.

더욱 거기 톱에 뜨면 '네이버'와 ‘다음(Daum)’ 메인에도 노출됐으니 적어도 두 포털에 관심 두는 이들에겐 글과 이름이 자연스럽게 노출되었고. 신나지 않은가. 하등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던 삶과 글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니. 그러니 더욱 열심히 썼다.





그 인터넷 뉴스가 매체 성격에 어울리지 않은 내 글 띄워 준 까닭을 그땐 솔직히 몰랐는데 나중에사 알게 되었다. 바로 치열하고 날카론 정치 얘기만 싣다가 시골 얘기가 들어오니까 신기했으리라. 지금이야 귀농 귀촌한 사람이 꽤 되지만 그때는 드물던 때.

인터넷 뉴스에 실리면 적을 땐 이삼천 명, 많을 때는 이만 명 가까이 읽어주었다. 더욱 '네이버'와 ‘다음’로 옮겨 실릴 때는 몇 배나 더 많았고. 헌데 댓글이 달리면서 문제가 생겨났다. 잔잔한 시골 얘기를 담았건만 ‘진보매체’에 실리다 보니 두 포털에 달리는 댓글은 칭찬 일색이 아니라 비난 아니면 심지어 욕도 퍼부었다.


그날 연재한 글의 제목은 「풍산개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였다. 제목 그대로였다. 우리 집 풍산개 태백이가 낳은 강아지가 제법 커 마당을 기어 다니면서 막무가내 입 벙긋벙긋하게 만드는 귀여움에 글을 쓰게 됐으니까.




그때 제목을 정하면서 사실 좀 망설이긴 했다. ‘풍산개 새끼들’이 좋을지 ‘풍산개 강아지들’이 좋을지. 허나 고 녀석들의 귀여움을 보자 강아지란 표현보다 새끼가 날것의 느낌이 나고 더 친근한 듯해 그 말을 선택했다. 이 ‘새끼’가 말썽을 일으킬 줄이야.

솔직히 쓸 땐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댕댕이 노는 귀여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있으랴 싶어서. 전혀 걱정하지 않고 썼는데... 아 걱정하진 않았지만 은근히 메인 뉴스에 뜨기를 기대했다.


기대 덕일까 올린 지 세 시간 만에 그 인터넷 뉴스에 이어 네이버, 다음에도 바로 이어 떴다. 헌데 이럴 수가! 내가 쓰는 글은 일기 형태라 그날은 집에서 키우는 개가 새끼를 낳아 고 녀석들이 하도 귀여워서 올렸을 뿐인데...

아래 자료(제목을 캡처한 사진)를 보면 분명히 ‘풍산개’와 ‘새끼’가 띄어 써져 있다. 읽는이의 눈이 이상하거나 의도적으로 모함하지 않는다면.




헌데 누가 이 제목을 두고 딴지 걸었다. '풍산개 새끼들'이 아니라 '풍산 개새끼들'로. 제목을 바꾸니 물고 뜯을 일이 생겨났다. 결정적인 필화(筆禍)는 안동시 풍산읍과 연결시키면서였다. 어떤 고약한 이가 안동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아예 제목을 '풍산 개새끼들'로 바꿔 옮기면서 불거졌다. (당시에도 ‘포토샵’을 이용해 그런 짓을 하는 인간이 더러 있었음)


만약에 안동에 사는 이가 전해주지 않았더라면 크게 경을 쳤으리라. 올린 뒤 한 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악의적인 댓글로 범벅이 됐으니.

‘풍산 개새끼들이라니. 풍산 사람은 다 개새끼들이란 말인가?’,

‘풍산 사람 우습게 여기는 정OO란 새끼야말로 정말 개새끼 아닌가!’

심지어 풍산고 동문회 임원이라면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풍산고 출신인데 우리 총동문회에서 일어나 너거 학교 쳐들어갈까. 니 근무하는 학교는 조사하면 다 나와.’

아는 이가 그래도 제법 빨리 연락해 준 덕에 시청 홈페이지 담당자와 연결돼 '원 글' 내용을 실어 정정해 주는 바람에 살아났다. 그때 글 쓴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충격으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유명인에게만 ‘필화 사건’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무명의 글쟁이에게도 일어나다니.


(당시 네이버 캡처한 자료 - 비교적 온순한 댓글)



태백이는 참 이뻤다. 아마 ‘미스 이쁜 개 대회’에 나갔더라면 입상했을 정도로. '미스'로 있은 기간이야 고작 일 년 반이지만. 태백이가 낳은 강아지는 모두 세 마리였는데 어미 닮아 참 귀여웠다. 위 첫째 사진에서 검은빛 나는 녀석이 깜순이(암컷), 나머지 흰둥이 둘은 수컷과 암컷으로 일남이와 삼순이.

고 녀석들이 하도 귀여워 글감으로 쓴 글이건만, 비난의 글 중엔 심지어 이런 내용도 있었다.

‘역시 OOO뉴스 기자는 개도 빨갱이로 키우는구나’,

‘좌파들의 천국인 이 정권 끝나고 자유민주주의의 심판받으면 뭐해서 먹고살래?’

‘하긴 그동안 선동질 한 공로가 있으니 월북해서 훈장 받고 기쁨조 한두 명 하사 받아서 그 추앙해 마지않는 장군님 품에서 영생하면 되겠다.’


진보매체에 글을 실었다고 하여 빨갱이 취급받는 거야 내가 거기 글 실었으니까 당해야 할 업보로 치면 되나, 아무 죄 없는 이쁜 '깜순이' '일남이' '삼순이'란 강아지들조차 주인 잘못 만나 졸지에 빨갱이가 되다니. 참 기막힐 노릇이었다.


(세 꼬물이들의 어미인 태백이)



글을 씀에 있어서 낱말 사용 하나하나가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음은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막상 내가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예사롭지 않다.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덤벼들면 나락에 빠지게 됨은 일도 아니다. 풍산개 새끼들이 일으킨 파문으로 그 뒤 글 쓸 때마다 조심 또 조심한다.

허나 사람의 일이라 앞으로도 실수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있으랴. 특히 누군가 악의적으로 왜곡시킨다면.


*. 당시 안동시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은 삭제됐고, 인터넷 뉴스에 실린 악의적인 댓글도 많이 지웠습니다. 그때 빨리 조처해 준 두 담당자님께 고맙다는 말 제대로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참고로 풍산개 할 때 풍산은 안동시 풍산이 아니라 북녘 땅 함경남도 개마고원 근처 지명이랍니다)


*. 컴퓨터 내장하드 손실로 예전 사진은 다 없어져, 예전에 올린 글에 담긴 자료사진을 내려받으니 화질이 매우 떨어집니다.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에 달린 악성 댓글 캡처 자료도 없어 하나 남은 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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