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편 : 성문
♤ 목우씨의 '두줄시'(13) ♤
- 성문(城門) -
닫혀있는 성문을 열기 어렵다
그대라는 철옹성도 어렵긴 마찬가지
<함께 나누기>
높고 웅장하여 접근하기 어려운 성벽과 성문을 그린 그림 보았습니다. 그래야지요, 성벽은 그래야지요. 누구든 쉽게 드나들 수 있다면 성벽을 높다랗게 쌓을 필요는 없겠지요. 굳건히 더 굳건히 쌓아야 합니다.
성문은 성 안의 사람을 지키려고 만들어놓은 문입니다. 해서 성문은 함부로 열리지 않습니다. 적이 쳐들어오면 큰일 나니까요. 그 웅장한 성문을 함부로 열 순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이기에 열려야 합니다.
성벽을 쌓고는 큰 성문을 세우고, 큰 성문 사이마다 작은 쪽문을 세워 일반 백성들이 성 안팎을 드나들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 쪽문 아닌 큰 성문이 활짝 열릴 때도 있습니다. 주요 인물의 행차이거나 군대가 출정하거나 아주 덩어리가 큰 물건이 성내에 들어올 때나.
우리는 종종 ‘철옹성 같다’라는 말을 쓰고 듣습니다. 원래 ‘철옹성’은 ‘철옹산성’의 준말인데, 이것은 평안남도 맹산군과 함경남도 영흥군 사이에 있는 '철옹산'에 쌓은 성을 가리키는 말에서 왔습니다.
이 ‘철옹산성’은 깎아지른 듯 험한 벼랑에 쌓아 올려져 이 산성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 견고함에 '난공불락'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그로부터 어떤 힘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이 견고하고 튼튼한 상태를 비유해서 말할 때 ‘철옹성 같다’란 표현이 쓰이고 있구요.
“닫혀있는 성문을 열긴 어렵다
그대라는 철옹성도 어렵긴 마찬가지”
그대는 철옹성입니다. 나를 향한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문이 열려야 그대에게 가련만 오늘도 열리지 않습니다. 그대라는 철옹성은 언제 열리는지, 열릴 때는 있는지 물어볼 수문장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성이 있는 산은 안개와 어둠에 휘감겨 전혀 보이지 않았고, 거기에 커다란 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희미한 불빛 한 점 없었다”
카프카의 [성]에서 토지측량사 K가 부름을 받고 찾아왔지만 성을 찾지 못해 헤맵니다. 그럼 부름조차 받지 못한 나는 어쩌면 좋을까요? 나를 위해 절대 문 열지 않는 그대라는 철옹성, 오늘도 오연히 지키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대 향해 무장무장 솟구치는 그리움만 막으려 드는 성벽이 되지 말고,
내 속에 들어온 그대 마음 못 빠져나가게 높이높이 쌓은 성벽이 되기를.
*. 첫째 그림은 남의 그림 보고 베껴 그렸고, 둘째는 '수원화성', 셋째는 '만리장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