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화 : 시골에 사시렵니까?
* 시골에 사시렵니까? *
요즘 시골로 귀촌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다행이다. 다행이다? 시골 붙박이로선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야 함에도 다행이라 함은?
일단 귀촌을 꺼리게 만드는 까닭이 몇 있다. 유튜브 등에서 전원생활의 환상을 깨는 콘텐츠들이 난무하면서 환상을 깨게 만든다. 그들이 내세우는 첫째 이유는 텃세다. 물론 텃세 심한 지역이 있다. 그보다 유튜브 생리상 어떡하든 손님 끌게 하려면 과장해야 하지 않은가.
다음 불편함이다. 특히 도시 생활에 특화된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다. 달내마을만 해도 짜장면과 신문 배달 안 되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불편하다. 또 종합병원에 가기 비교적 수월한 우리 마을에서도 30분쯤 걸리는데, 그보다 훨씬 더 걸리는 곳이 많으니 시간 다툴 병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한동안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 덕에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이 일면서 각광을 받더니 이젠 뒷전으로 밀린다. 나는 이게 정상이라고 본다. 환상에 젖었다가 차디찬 현실도 봐야 하니까. 다만 과장되었다는 점은 꼭 명심하길.
오늘 글은 주말주택 10년 전원주택 20년, 도합 30년을 시골과 인연 맺은 사람으로서 보는 시각이니 믿어도 된다.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 언급했거나 여기저기서 들어 알 만한 얘기는 생략하고 현실적 얘기로 시작한다.
그저께 배달한 이건청 시인의 시 「먼 집」에 대한 한 글벗 님의 댓글에 황토방의 위험성에 대해 단 답글부터 시작한다. 전원생활 하면 가장 먼저 황토방을 떠올림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은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 아랫목은 뜨끈뜨끈하니까.
맞는 말이다. 분명 황토집이 목조주택이나 조립식보다는 훨씬 뛰어나니 당연히 건축비가 비싸다. 그 비싸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가장 좋은 주택 형태다. 다만 황토방을 만들고 나면 불을 때는데 처음 불 땐 방에 자고 싶음은 인지상정. 허나 바로 그 방에 절대로 자선 안 된다.
왜냐면 이산화탄소가 나와 질식할 수 있으니까. 연탄불 피울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CO)는 핏속의 산소를 빼앗아가 죽음으로 이끌고, 짚과 흙 섞인 아궁이가 데워지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CO₂)는 사람을 질식해 하늘로 가게 만든다.
그러니까 한 사흘 정도 사람 없이 불만 활활 붙여 충분히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한 뒤 들어가 자면 된다. 한 번 구들 데우면 이산화탄소는 거의 없어지니까. 이를 어겨 안타깝게 된 이를 보았다. 당연히 업자에게 맡기면 그런 점을 얘기해 주는데 요즘은 유튜브 보고 자작 온돌 놓는 사람이 느는 추세니 꼭 유의하시길.
두 번째는 연못이다.
다들 시골에 집 지으면 연못 만들길 꿈꾸리라. 물레방아가 돌고 부레옥잠, 연꽃, 붓꽃, 창포 등의 수생식물이 피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더욱 황금붕어와 비단잉어 노닐고, 그 사이사이에 물방개와 소금쟁이가 떠다니고, 개구리 울음소리까지 들린다면...
허나 연못을 만들면 꼭 명심해야 할 녀석이 있다. 물이 있고, 먹이가 되는 개구리가 있고, 허물을 벗을 때 꼭 필요한 돌이 있다면? 이름만으로도 진저리 칠 분이 많아 녀석의 이름은 생략한다. 다만 내 말대로 연못이 있으면 반드시 그놈이 꼭 나든다.
셋째, 공구 사용이다.
필요한 공구만 사도 돈이 참 많이 든다. 웬만한 제품은 3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잔디깎이, 엔진톱, 임팩드릴, 전기대패, 예초기, 원형톱... 사고 싶은 걸 다 사다 보면 금세 300만 원에 이른다. 이래도 돈 있다면야 별로 말리고 싶지 않다.
허나 문제는 이를 다룰 때 자칫하면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 났다고 하면 신체에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절대로 유튜브나 인터넷 보고 바로 따라 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 공구에 숙달된 사람이라면 보고 따라 할 수 있으나 처음 다루면서 그대로 했다간 큰 사고 난다.
예전에 시골 청년들은 작두로 여물 - 소 먹이용 풀 - 썰다가 손가락이 많이 날아갔다. 군대 면제받은 사람도 더러 있었고. 나이 들어 공구 다루다 손가락 잘린 정도라면 사는데 큰 지장 없으니까 몰라도, 더 큰 게 잘릴 수 있으니까 꼭 고수에게 제대로 배운 뒤 이용하시길.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무에 올라갈 만용은 부리지 않도록. 특히 감나무는 절대 올라가선 안 된다. 순식간에 그 굵은 가지가 툭 부러질 수 있으니까. 또 숲에 함부로 들어가서도 안 된다. 물론 멧돼지 같은 동물도 있겠지만 그보다 말벌이 가장 무섭다. 벌집 근처 가 어정거리다간 바로 쏘인다.
(두 번이나 쏘인 경험 있는 나로선 그 위험을 너무 잘 아니까)
시골은 참 낭만적이다. 산책길에 개울로 가 얼굴을 씻고 거기 입을 대고 물을 그냥 마신다. 그러면 내장마저 세척되는 느낌이다. 뿐이랴, 낮에는 온통 초록빛 자연 속에 눈을 담그고, 밤에는 또 어떤가. 사람의 수만큼 많은 별을 헤아리고, 우윳빛보다 더 하얀 은하수를 보며, 운 좋으면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
늘 마을을 지키는 까치와 곤줄박이, 박새, 반년만 머물다 가는 제비, 새가 비상하는 모습과 지저귀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내려다보면 쇠똥구리가 기어가고, 나뭇가질 보면 하늘소와 반딧불이와 매미가 보이고, 고개를 들면 옥빛 하늘이 반긴다.
이런 낭만을 즐기려면 그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 대비가 돼 있으면 시골은 아직까진 도시보다 살기 좋다. 그래서 가끔 들르는 이들이 꼭 묻는 말에 아래처럼 답한다. 이 답은 나의 진심을 담았다.
"시골 사는 재미 어떻습니까?"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어떤 점이 그리도 행복합니까?"
"행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간다는 걸 인정한다면, 그래도 만들어 갈 수 있는 희망이 아직은 시골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요?"
"뱀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고, 도시인들이 놓고 간 오물을 보고 욕하는 시간에 거리낌 없이 치울 수 있고, 차 위에 떨어진 새똥을 향기롭게는 몰라도 더럽게만 보지 않고, 모기에게 물려도 한 번 쓱쓱 문지르는 걸로 끝낼 수 있고, 마을 어르신들에게 내가 먼저 고개 숙여 다가갈 수 있다면 시골이 행복을 그대에게 가져다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