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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257)

제257편 : 심인자 시조시인의 '그케'

@. 오늘은 심인자 시조시인의 시조를 배달합니다.


그케
심인자

보미 할무이
저 꽃 보이소 할무이랑 꼭 닮았니더

아이구 야이야 맞다 저거 내캉 똑같다 흐물흐물 잘도 널찌네 나도 탱실탱실 하디마는 우짜다 쭈구렁바가지 되가꼬 오그라지네 세월이 퍼떡이다 띠금박질한기 아인데 눈 감은 거 맨치로 마카다 아련하네 저저저, 저거 좀 잡아라 우짠다꼬 자꾸 벗노 우야꼬, 참말로 우야꼬 저기 저 목련꽃은 봄이 되면 다시 피는데 나는 언제 다시 피긋노?

그케요, 아침 이슬 저녁노을 자고 자도 모르겠니더
- [대신이라는 말](2021년)

*. 그케 : ‘그게’ ‘그러게’의 경북 북부 사투리
*. 널찌네 : ‘떨어지네’
*. 쭈구렁바가지 : ‘살이 빠져서 쭈글쭈글한 늙은이’의 낮춤말
*. 마카다 : ‘모두 다’
*. 자고 자다 : ‘(바람이) 잠잠해지다’, ‘생겼다 사라져도’

#. 심인자 시조시인(1960년생) : 경남 진주 출신으로 [오누이시조 신인상(2012년)]을 통해 등단. 현재 대구 소재 실버타운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시조를 써 '시조 쓰는 요양보호사'로 알려짐




<함께 나누기>

오늘 작품을 시조냐고 물으면 답은 ‘네, 시조 맞습니다.’ 우찌 시조가 이리 생겼노? 하시면 ‘네, 이렇게 생긴 시조도 있습니다.’ 이 시조는 고시조로 치면 평시조가 아닌 사설시조(편시조, 엮음시조)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현대시조는 고시조 율격보단 훨씬 자유롭습니다.
한 번 볼까요? 오늘 시조는 1, 2행이 초장, 3행이 중장, 4행이 종장입니다. 그러니까 중장이 무척 길어진 형태의 사설시조로 보면 됩니다. 사설시조에서 사설은 요즘 노래에서 ‘랩’으로 이해하시면 되는데,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구연(口演)에 맞도록 잘 엮인 입말’이란 뜻을 지닙니다.

초장과 종장의 음수율과 음보율부터 살펴봅니다.
“보미 할무이 / 저 꽃 보이소 / 할무이랑 / 꼭 닮았니더”
“그케요, / 아침 이슬 저녁노을 / 자고 자도 / 모르겠니더”
이렇게 4음보로 잘라놓으니 시조 형태임이 드러나지요. 물론 중장은 그렇지 않지만.

시조 내용은 표준어법으로 바꾸면 확 다(‘마카다’) 드러납니다.

“봄이 할머니, 저 꽃 보세요. 할머니와 꼭 닮았습니다.

아이구 야~ 맞다 저거 나랑 똑같다. 흐물흐물 잘도 떨어지네.
나도 탱글탱글 했더니만 어쩌다 쭈그렁바라지가 돼 가지고 (몸이) 오그라들었네.
세월이 펄쩍 빠르다. 뜀박질한 것도 아닌데 눈 감은 것 같이 모두가 감감 아련하네.
저저저, 저거 좀 잡아라. 어쩐다고 (나무가) 자꾸 벗나 어쩔꼬, 참말로 어쩔꼬.
저기 저 목련꽃은 봄이 되면 다시 피는데 나는 언제 다시 피겠나.

그러게요, 아침 이슬 저녁노을 생겼다 사라져도 모르겠습니다.”

뜻을 머릿속에 떠올린 뒤 운율을 살리면서 한 번 더 읽어보세요. 허면 시조의 장면 하나하나가 바로 눈앞에 그려질 겁니다.

시인의 시조 한 편 더 배달합니다.

- 자는 잠에 -

요양원 정원에
녹슨 종이 침묵한다

무심한 시간 안에
소리마저 감추고

하늘 종 울려주기만
간절히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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