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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259)

제259편 : 정공량 시인의 '염전에서'

@. 오늘은 정공량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염전에서
정공량

바람이 불 때마다 한쪽 염전에서 물결이 출렁인다
다른 한쪽의 염전에서는 소금이 태어나고 있다

누구나 한때 부모의 속을 상하게 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생활에 지친 부모의 속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그 속의 속
바닥 깊이까지 닥닥 긁으며
속이 속이 아니게 만들던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철들어 지나고 보니
이미 나는 부모가 되어 있었다
자식을 거느리고 그 자식이 나처럼 자라고 있다

내 속을 내 속이 아니게 자식이 만들 때
나는 내 속에서 열을 올리며 소금 한 사발을 만든다

우리 부모가 그러했듯이
쨍쨍 마음의 햇빛에 말린 소금 한 사발을 만든다
나는 이것을 눈물의 금강석이라고 한다.
나는 이것을 드넓은 사랑의 진주밭이라고 생각한다
- [희망에게](2015년)

#. 정공량 시인(1955년 ~ 2024년) : 전북 완주 출신으로 1983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그 뒤 소설가로, 평론가로, 동시 쓰는 시인으로 거푸 등단과정을 거쳤으며, 시 전문지 [시선] 발행인으로 있다가 작년에 별세.
2015년 음반을 내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특이한 경력도 있음.




<함께 나누기>

‘염장 지른다’란 말 들어보셨지요? 이 말의 어원에 대해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이론을 꺼내 보겠습니다. 염장(鹽醬)에서 ‘鹽’은 소금이며 ‘醬’은 간장입니다. ('불 지르다'처럼) '지르다’는 소금이나 간장을 치다란 뜻이 됩니다.
이 말이 대중화됨은 옛날 죄인을 심문할 때 상처에 소금을 뿌림으로써 아픈 곳을 더 아프게 하는 고문법에 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처를 주다’ ‘화 돋우다’란 뜻에서 요즘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행위’까지 나아갑니다.

시의 내용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특히 철없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가슴속에 염장 한 번이라도 질러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때 지은 죄업은 나중에 부모가 돼 받게 되지요. “꼭 너 같은 아들(딸) 낳아 봐라!”라는 말 들어보셨겠지요.
누구나 한때 부모님 속을 상하게 하던 어린 시절이 있을 터. 집안 형편 안 됨에도 원하는 걸 사 달라고 마구 억지 부리던 그때. 그때 우리는 어떻게 했지요? 당시 생활에 지친 부모님 속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 속의 바닥 깊이까지 닥닥 긁었지요.

그렇게 부모님 속을 태우던 우리 때문에 당시 부모님 속은 썩을 대로 썩어 이제 절대로 썩지 않는 소금이 되었습니다. 이제 자식이 거꾸로 내 속을 내 속이 아니게 만들 때 나 역시 속에서 소금 한 사발씩 만듭니다.

“나는 이것을 눈물의 금강석이라고 한다 / 나는 이것을 드넓은 사랑의 진주밭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준 상처가 만들어낸 소금, 그것은 단순한 소금이 아니라 눈물의 금강석이요, 넓고 깊은 사랑의 진주입니다. 아시다시피 금강석은 2000도, 30만 기압이란 고열과 고압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며, 진주 역시 자기 몸 안에 생긴 상처에 저항하려 진주층이 수천 겹이나 둘러싸여야 만들어집니다.
우리 부모님들 역시 금강석이 될 때와 진주가 만들어질 때처럼 자식으로부터 엄청난 상처를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자 현재 부모님이 된 글벗님들은 어떠실까요? 자식이 있어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에 덧붙여 많은 상처 입기도 했겠지요.
물론 이때 상처는 자식이 부모님을 괴롭혀서 입는 상처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의 시간은 멈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아파도 상처가 되고, 자식이 사업 실패해도 상처가 되고, 자식이 이혼해도 상처가 되고, 자식의 자식이 잘못돼도 상처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옛 문헌에 나오는 '양자식지친력(養子息知親力)'이란 한자성어로 정리해 봅니다.
‘자식을 길러봐야 어버이의 힘듦을 안다'는 뜻으로, 부모가 되어보아야 지고지순한 그 사랑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사진은 두 팔 없는 아빠가 아이를 안자(?) 흐르는 땀을 스스로 닦을 수 없던 차 아내가 닦아주는 광경 부모의 참모습을 보여줍니다. 중국 [신화망](한국어판)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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