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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262)

제262편 : 이성선 시인의 '사랑하는 별 하나'

@. 오늘은 이성선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빈 산이 젖고 있다](1991년)

#. 이성선 시인(1941년~2001년) :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1972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설악산 인근에 살며 설악산을 글감으로 한 시를 많이 써 ‘설악산 시인’으로 알려졌는데, 예순의 나이에 하늘로 가심




<함께 나누기>

밤하늘에 있는 달과 별은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그 가운데서도 달은 어둠을 밝힌다면, 별은 밝음보다 길잡이로 우릴 이끕니다. 땅에선 나무와 꽃이 우릴 반기는데, 나무는 웅장함과 고고함으로, 꽃은 손으로 만지고 싶을 만큼 어여쁨으로 다가옵니다.

흔히 표현하기로 별은 비춰주기에 별이고, 꽃은 웃어주기에 꽃이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이성선 시인과 관련된 별명이 ‘설악산 시인’ '선(善)을 이룬(成) 사람' 등 여럿 있는데, 한 가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속세에 살지만 어느 깊은 산속에서 도 닦는 스님에게 뒤지지 않을 깨달음 얻은 ‘시인 스님’이라고.

시로 들어갑니다.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 될 수 있을까”

‘나는 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말이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소위 ‘스타'가 되고 싶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군가 외로움에 지쳐 쳐다보면 그의 눈과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렇지요, 별은 그렇습니다. 밤길 갈 때 어두움을 밝혀주는 역할보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잡아주는 그런 길잡이 노릇하는. 그러니 누군가 아파할 때, 힘들어할 때, 외로워할 때 그의 쓰러지려는 몸을 받쳐주는 바지랑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입니다.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꽃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기쁨은 아름다움입니다. 아무리 찌푸린 얼굴이라도 꽃을 보면 슬며시 펴집니다.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에 나설 때도 먼저 내게 다가와 가슴에 안기어 환하게 웃어주는 들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사람을 갖고 싶어 합니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가 위로해 주는 그런 별 같은 사람. 나만을 온전히 생각해 주는 사람이 하나쯤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무심코 읽으면 이 시구에서 ‘아 시인이 그런 사람을 갖고 싶은 바람을 드러내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람이 돼 주고 싶다는 뜻으로 새깁니다. 기대고 싶고 어깨가 돼 주고 싶다는 뜻으로.

아마도 글벗님들은 학교 다닐 때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예전엔 ‘나다니엘 호오도온’)이 쓴 [큰 바위 얼굴]을 읽은 기억 있을 겁니다.

한 시골마을에 사는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부터 뒷산 큰 바위산을 보고 자라면서, 어머니로부터 언젠가 이 마을 출신 가운데 저 큰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거라는 전설을 듣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큰바위얼굴'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을 찾아가지만 번번이 실망합니다. 겉은 닮았으나 속은 닮지 않아서. 날마다 큰 바위산을 보며 몸가짐을 바로 하며,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도우며 어니스트는 주변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문득 어니스트를 보며 말합니다. “당신이 바로 큰 바위 얼굴이군요.”

스스로 별이 된 시인, 스스로 꽃이 된 시인, 스스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된 시인. 그래서 오늘 그분이 더 그립습니다.



*. 위 사진은 큰바위얼굴이 새겨진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 페닝턴 카운티에 있는 '러시모어 바위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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