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나호열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당신에게 말 걸기
나호열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 [당신에게 말 걸기](2007년)
#. 나호열 시인(1953년생) : 충남 서천 출신으로 1986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철학박사 출신으로 현재 도봉구에서 [도봉문화원] 산하 '도봉학연구소장' 맡고 있으며, [미디어서울] 이사장 겸 [르네포엠] 발행인.
<함께 나누기>
요즘 자존감이란 말을 흔히 씁니다. ‘스스로 품위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뜻하는데 ‘자존감을 높이자’ 등에 쓰입니다. ‘자존감을 높이자’란 말엔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겠지요.
하기야 주변을 둘러보면 다 나보다 똑똑하고, 많이 가진 듯하고, 행복해 보이고, 자기만족을 하며 사는 것 같으니. 자존감이 떨어지면 외로움이 밀려들고, 이는 곧 우울증 불러오고, 그러면 더욱 자신이 하찮게 여겨지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겠지요.
오늘 시는 읽으면 해설이 필요 없이 금방 와닿을 겁니다.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 화난 꽃도 없다”
누구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외롭고, 그 외로움으로 우울해지고, 살맛이 없을 때 누군가 와서 말 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닙니다. 그럴 때 슈퍼맨이 ‘짠!’ 하고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특히 그가 ‘너는 멋진 사람이야!’ 하고 칭찬한다면.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 무릎도 꿇고 / 흙 속에 마음을 묻은 / 다, 이쁜 꽃”
이 세상에 못난 꽃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글에서 읽고 깨친 이들의 말씀으로 다 압니다. 허나 머리로는 느끼지만 몸으로는 느끼지 못합니다. 꽃은 못난 꽃 잘난 꽃으로 나뉘고, 사람도 못난 사람 잘난 사람으로 나뉨을 어제도 오늘도 보며 살아왔으니까요.
시인은 모든 꽃은 모양대로 다 이쁘고, 또 모든 꽃은 허리 굽힌 채 흙 속에 뿌리박아 사는 모습도 다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꽃이든 다 이쁨 받아야 하고 사람도 모두 다 존중받아야 한다고. 허지만 아직 내 마음은 불편합니다.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 네게로 다가간다 / 당신은 참, 예쁜 꽃”
그럴 때 누군가 내 곁에 와 귀에다 대고 ‘너는 참 이쁜 사람이야, 다만 그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적어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특히나 상대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임을 알게 된다면.
우리 대부분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근거 없는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과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는 순간 남보다 못난 것 같고, 남보다 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자신이 얼마나 능력 있으며 사랑스러운 존재인가 모르고 지낸단 말이지요. 내가 그렇다면 남도 다 그럴 겁니다. 자기가 이렇게 예쁜 걸 모르는 것 같을 때 다가가서 “당신은 참, 예쁜 꽃이야.” 이 한 마디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의 어느 꽃이든 한 송이 꽃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래야 참된 꽃이 됩니다. 아무 아픔 없이 태어난 사람 없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 태어난 당신, 그래서 당신은 너무나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오늘 시에 쓰인 ‘말 걸기’는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이 아닙니다. 상대에게 다가가 그를 위로하고 그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한 소중한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