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339)

제339편 : 임영석 시인의 '참새'

@. 오늘은 임영석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참새
임영석

참새는 제가 살 집은 짓지 않는다
집을 지어도 제 새끼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마지막 지붕은 제 몸을 얹어 완성한다
제 새끼에게 어미의 온기만 주겠다는 것이다
머리 위 은하수 별빛을 맘대로 바라보고
포롱 포로롱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주고 있다
참새는 제 자식에게 다른 욕망은 가르치지 않는다
제 몸을 얹어 집을 완성하는 지극한 사랑
그 하나만 짹짹짹 가르치고 있다
- [고래 발자국](2009년)

*. 인터넷을 보면 이 시 제목이 [참새 어미의 사랑]이라고도 하는데 원래 제목은 ‘참새’임.

#. 임영석 시인(1961년생) : 충남 금산 출신으로 1985년 [현대시조]를 통해 등단. 고교 졸업 후 첫 직장인 [만도기계] 입사 후 노동과 시조 쓰기 두 가지를 함께 해 ‘노동자 시인’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원주에 살면서 열심히 시를 씀.




<함께 나누기>

딸과 아들을 결혼시키려 할 즈음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게 줄 가장 큰 선물은 살 집 마련할 때 얼마나 많은 돈을 보태주는가였습니다. 여차저차하여 전세 얻을 때 겨우 조금 도움을 줬지만 그래도 완전한 도움을 주는 데는 부족하여 늘 마음이 쓰였습니다.
아마 우리 부부 말고도 그런 일로 마음 쓴 분들이 꽤 되리라 여깁니다. 헌데 가만 생각해 봅니다. 부모가 해줄 가장 중요한 일이 집 마련인가 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인가, 시집(혹은 처가) 가족들과 얼마나 화목하게 지낼 것인가에 대한 조언보다 오직 집 마련에 온 힘을 쏟았으니까요.

시로 들어갑니다.

시를 읽다가 제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열심히 인터넷 뒤적여봅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산골에 살다 보니 참새랑 날마다 마주치는데 그렇게 늘 보면서도 ‘참새집’을 제대로 몰랐으니까요. 까치나 박새가 집 짓는 과정과 그들의 집 모습까지 유심히 봤는데, 그 흔한 참새는, 아니 참새집은 관심 밖이었습니다.

“참새는 제가 살 집은 짓지 않는다 / 집을 지어도 제 새끼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 마지막 지붕은 제 몸을 얹어 완성한다”

참새가 자기 살 집은 짓지 않는다는 표현은 집을 애초부터 짓지 않는다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집을 짓지 않는다’ 하는 뜻으로 새깁니다. 그러면? 짓기는 하나 지붕 없이 대충 아래 부분만 채운 형태의 집을 짓습니다. 허면 의문이 들 겁니다. 지붕 없으면 비 맞는데?
참새는 주로 비를 피할 수 있는 인가의 지붕 처마 밑 같은 곳을 찾아 집을 지으면서 지붕을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비는 피할 수 있어도 바람이나 추위는 어떻게? 그땐 새끼들 몸 위에 자신의 몸을 덮습니다. 자신의 몸이 지붕이 된 셈이지요. 어미의 온기에 새끼들은 바람과 추위를 이겨냅니다.

“머리 위 은하수 별빛을 맘대로 바라보고 / 포롱 포로롱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주고 있다”

어미 참새가 새끼에게 가르치고 싶은 건 바로 자기 몸을 얹어 지붕을 완성하는 그 희생적인 사랑과, 드넓은 하늘을 포롱 포로롱 날며 네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그 외의 다른 욕망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제 몸을 얹어 집을 완성하는 지극한 사랑 / 그 하나만 짹짹짹 가르치고 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이제 시인이 오늘 시에서 참새의 생태를 얘기하려 함이 아님을 알게 되겠지요. 참새집을 보고 우리 인간과 다른 면을 보라고. 우리는 '네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말 대신 자식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려고, 다른 집 애들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 함에 목표를 둡니다.
그에 비해 참새는 새끼가 둥지를 떠날 만큼 자라면 집을 버립니다. 새끼에게 스스로 일어서는, 즉 ‘홀로서기’를 맡기는 거지요. 우리는 어떻습니까. 자식에게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대신 홀로서기가 힘들까 봐 노심초사 어떻게 하든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려 합니다.

이제 참새가 집을 지을 때 아래만 채우고 지붕 없이 만드는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새끼가 자라 날아갈 때 네가 살던 곳을 잊어버리고 네가 살 새로운 터전을 만들라는 그런 암시가 아닐까요?
글에서든 방송에서든 자식을 강하게 키우는 부모 이야기를 종종 봅니다. 그런 일이 뉴스가 됨은 그만큼 그리 실천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어떻게 하면 홀로 설 수 있을까보다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만 생각했으니까요.

오늘 「참새」란 시를 통해 하찮은 미물도 제 새끼를 바르게 키우겠다는 의지를 봅니다. 참새집이 주는 감동이 새록새록 쌓이는 아침입니다.






*. 위 사진에서 왼쪽은 까치집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데 비해, 오른쪽 참새집은 지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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