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편 : 박노해 시인의 '다 아는 이야기 1'
@. 오늘은 박노해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다 아는 이야기 1
박노해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들에게
한심하다는 듯 사업가 한 명이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은 다 잡았소"
날씨도 좋은데 왜 더 열심히 잡지 않나요?
"열심히 더 잡아서 뭘 하게요?"
돈을 벌어야지요, 그래야 모터 달린 배를 사서
더 먼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그러면 당신은 돈을 모아 큰 배를 두 척, 세 척, 열 척,
선단을 거느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요
"그런 다음엔 뭘 하죠?"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멋진 곳을 찾아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2010년)
#. 박노해 시인(1957년생, 본명 박기평) : 전남 함평 출신으로 일반적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냄으로 등단. 노동운동에 앞장서다 구속된 뒤 사형선고 받았다가 출소 후에는 '생명 평화 나눔'을 기치로 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해 대안적 삶의 비전 제시.
<함께 나누기>
십수 년째 박노해 시인의 시를 배달하면서 느낀 점은 이 시인이 만약 처음부터 노동과 노동자를 글감으로 한 시를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아주 인기 있는 감성시인이 되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만큼 읽으면 쏙쏙 들어오면서 공감할 만한 시가 많다는 뜻이지요.
시 제목이 「다 아는 이야기」, 허니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이미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란 뜻이기도 합니다. 한 예로 농부이면서 작가이면서 철학자이기도 한 프랑스의 ‘피에르 라비’의 글 속에도 나옵니다. (제목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서양의 어떤 회사가 자기 회사의 화학비료를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게 홍보차 무료로 주었다. 부족민들이 처음 본 비료를 사용해 보니 전에 없던 풍작이었다. 농부들은 부족장인 지혜로운 눈먼 추장을 찾아가 말했다.
"추장님 그 비료를 사용해 보니 작년보다 두 배나 많은 곡식을 거두었습니다."
생각에 잠겼던 추장이 농부들에게 말했다
"나의 아이들아! 매우 좋은 일이다. 내년에는 밭의 절반만 갈아라!"
왜 그랬을까? 그들은 사는 데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즉 그들은 필요한 것 이상은 원치 않았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콜롬비아 원주민 인디언들의 일화입니다.
유럽에서 이주해 온 백인들이 인디언에게 큰 도끼를 선물하였다. 보잘것없는 돌 재료 도구로 나무를 자르던 그들에게 선심성 선물이었다. 얼마 후 백인들은 그들이 그 도끼를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더니 나무를 베는 대신 놀고 있었다. 의아해서 바라보자 인디언이,
"당신들께 고맙습니다. 그 큰 도끼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휴식과 놀이를 하고 있지요."
백인은 얼마나 많은 수확을 거두느냐에 삶의 목적을 두었다면 인디언은 얼마나 즐기며 사느냐에 목적을 두었다.
오늘 시는 읽으면 머릿속에 환한 불이 켜질 만큼 이해하기 쉽기에 일일이 해설을 달지 않겠습니다. 대신 위에 언급한 ‘피에르 라비’의 글 속에 나오는 일화를 한 번 더 읽고 새겨보시기 부탁합니다.
자본주의에 젖어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수확의 결과물입니다. 얼마나 많이 수확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행과 불행이 갈립니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우리 눈에 그 결과물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바보처럼 어리석어 보일까요.
그러니 시에서처럼 사업가가 어부들을 보자 한심할 수밖에요. 당연히 열심히 고기를 더 잡아야 한다고 강변합니다. 그에 어부가 ‘열심히 잡아서 뭘 하게요?’ 하자 답도 뻔합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돈을 벌어서 뭐 하지요?’ 다시 되묻는 어부들을 봤을 때 사업가들은 정말 기가 막혔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멋진 곳을 찾아 인생을 즐기며 사는 거라고’ 뻐기며 답합니다.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어부들의 반격입니다. 당신들이 누리는 인생의 즐거움을 우린 이미 누리고 있다고. 그걸 모르고 있으니 당신들이 오히려 어리석지 않으냐고. 저를 가만 돌아봅니다. 여태 삶의 즐거움 찾아다녔건만 늘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 비로소 알았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다 아는 이야기'인데, 바로 곁에 있는 이야긴데, 그걸 모르고 멀리서 찾으려 했으니 참 어리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