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354)

제354편 : 윤성학 시인의 '쌍칼이라 불러다오'

@. 오늘은 윤성학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쌍칼이라 불러다오
윤성학

쌍칼,
그의 결투는 잔혹하다
어지간히 무거운 상대라도
높이 들어 올리면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
지게차의 작업은 그렇게 냉정하다
일말의 동요도 없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대의 중심 깊숙이
두 개의 칼날을 밀어 넣는다
아무 표정 없이 들어 올린다
그의 무게중심을 흩뜨리지 않는다
그를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린다

쌍칼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완벽한 전술이다
그를 오래 보고 있으면
결투의 원리를 알 것 같다
- [쌍칼이라 불러다오](2013년)

#. 윤성학 시인(1971년생) : 서울 출신으로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두 권의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 [쌍칼이라 불러다오]을 펴냈는데, 제목처럼 시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품은 깊이가 크다는 평을 들으며, 현재 [농심](주) 홍보실장으로 근무.




<함께 나누기>

제목이 「쌍칼」이라 하여 예전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박준규 역의 그 쌍칼을 생각했는데... 왜냐면 시인의 시집에 [당랑권 전성시대]도 있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지요. 하지만 읽으면서 쌍칼이 '지게차' 가리킴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시작(詩作) 노트 한 부분을 봅니다.
“회사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트럭에 싣는 지게차를 오래 바라보았죠. 지게차에 보물찾기 쪽지가 숨겨져 있었고, 종이를 펼쳐보니 ‘쌍칼’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쌍칼, 즉 지게차의 움직임을 시에선 결투에 비유합니다. 시 처음 시작이 '쌍칼, / 그의 결투는 잔혹하다'로 시작하니까요. 그러니까 시인의 눈에는 지게차가 물건을 들어 올리는 과정이 작업하는 동작이 아니라 결투의 자세로 보였던 겁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어지간히 무거운 상대라도 / 높이 들어 올리면 /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

씨름에 '들배지기'가 있는데 상대를 번쩍 들어 메치는 기술을 가리킵니다. 누구든 이 들배지기에 한 번 걸리면 좀체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지게차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떤 상대든 지게차의 두 팔(두 칼 = 쌍칼)에 한 번 번쩍 들어 올려지면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끌려가야 합니다.

“일말의 동요도 없이 /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 상대의 중심 깊숙이 / 두 개의 칼날을 밀어 넣는다”

지게차가 물건을 들어 올리는 과정이라 보면 ‘그저 그런 시구나’로 끝나지만 우리네 삶과 연관시켜 보면 달라집니다. 먼저 상대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표현을 나의 입장에선 상대를 높이 추켜올리는 뜻으로 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답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경쟁사회입니다. 내가 남보다 강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러러면 우선 흔들림 없이 상대를 바라보면서 그의 중심을 흩뜨려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허나 오늘 시에선 아닙니다.

“그를 오래 보고 있으면 / 결투의 원리를 알 것 같다”

어떤 사물도 쌍칼(지게차)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합니다. 그의 들배지기를 감당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쌍칼의 전술은 간단합니다. 나를 확 낮추고 상대를 최대한 추켜올리기.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면 지는 것 같아도 결국 최종 승리자는 ‘나’가 됩니다.

이 시의 끝부분을 이렇게 말고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상대의 가장 낮은 곳으로 가 고개 숙이면 상대는 나를 깔볼 테고 아무런 의심 없이 희희낙락거릴 터. 바로 그때,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번쩍 들어 올려 메칩니다. 그러면 내가 승리자가 됩니다는 식으로.
다음으로 상대를 번쩍 들어 올렸다를 ‘상대의 모든 게 다 까발려졌다’라는 뜻으로 보는 측면입니다. 아무리 강한 상대도 자기의 모든 게 다 까발리는 순간 약해집니다. 그의 강함은 위장돼 있을 때라야 힘을 발휘하니까요.

이처럼 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를 두고 왜 정답이 없느냐 하면 결점이 되겠지만, 읽는 이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시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지요.



*. 첫째 사진은 ‘빌딩앤파이터’라는 게임에 나오는 B(‘용문고 쌍칼’)란 캐릭터로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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