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9편 : 배한봉 시인의 '포장마차 국숫집 주인의 셈법'
@. 오늘은 배한봉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포장마차 국숫집 주인의 셈법
배한봉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 [좋은생각](2013년 12월호)
- [육탁](2022년)
#. 배한봉(1962년생) : 경남 함안 출신으로 1998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으며, 제26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 현재 여러 대학교에 출강하면서, 전업시인으로 과수원 농사를 지으며 시를 써 ‘생태주의 시인’이란 별명과, 창녕군 우포늪 지기 역할도 해 ‘우포늪 시인’으로 불리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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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는 읽는 사람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게 만듭니다. 이런 시 참 좋죠? 날마다 이런 시 한 편 읽으면 얼마나 하루가 평화로울지. 하루가 얼마나 기분 좋을지...
없이 사는 이에게 배려한답시고 한 도움이 어떤 땐 동냥이 되거나 자존심 훼손하는 적선이 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병 앓는 독거노인을 찾아 도움의 손길 베푸는 이들이 신문에 크게 남은 상관없으나 거기에 도움받는 이의 얼굴까지 나옴은 피해야 하건만...
시로 들어갑니다.
찬바람 몹시 부는 날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와 국수 한 그릇을 주문합니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그릇이 넘칠 듯 수북합니다. 아무리 봐도 일인분이 아닌 이인분에 가깝습니다.
부녀가 떠나고 남아 있던 화자인 손님이 한마디 합니다. ‘기왕 선심 쓸 바에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만 내놓느냐?'고. 그에 주인이 답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아버지는 일인분의 돈밖에 없어 일인분만 시켰는데 두 그릇을 내놓으면 한 그릇은 공짜가 되니 얻어먹게 되는 거라고.
참 아름다운 셈법입니다. 분명히 두 그릇 양인데 상대가 불편할까 봐 한 그릇에 이인분을 담은. 그러니 화자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바람 찬 날이지만 추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바로 포장마차 주인의 배려 때문입니다.
포장마차 주인을 한 번 봅니다. 그분도 결코 부자는 아닐 겁니다. 밤늦게까지 손님을 받아야 겨우 밥벌이를 하는. 한 그릇의 가치를 잘 압니다. 한 그릇엔 한 그릇 가격을, 두 그릇엔 두 그릇 가격을 받아야 셈이 맞습니다.
허나 주인의 셈법은 특이합니다. 가난한 가장에게 공짜로 한 그릇 더 준다는 선심을 생색내지 않고 도와주는 셈법. 마음과 마음이 먹는 국수 한 상. 한 그릇에 담은 국수 한 그릇이 유난히 푸짐하고 넉넉해 보입니다.
저는 이십 대 후반에 부산 동래 금강원 근처 고아원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고아라서가 아니라 고아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해마다 명절 같은 특별한 날 앞두면 여러 곳에서 찾아옵니다. 곧이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그러면 수업 중이라도 나가야 합니다.
그런 일 생길 때마다 원생들이 이리 말하지요. “야, 나가자. 손님 왔으니 또 사진 박아주러 가자.” 선물상자 들고 와 고아들과 사진 찍어 광고하는(?) 일이 관습이 돼 버렸으니 원생들도 다 아는 거지요.
그럼 고아들은 고마움 느꼈을까요? 아뇨, 당신들은 선물상자를 줬지만 우리는 당신들에게 모델이 돼 주지 않았느냐고. 제발 이제는 선심성 도움은 절대로 없어졌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보듬어 주는 사회를 위한 춥지 않은 셈법이 필요합니다.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