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시시하게 살자(375)

제375편 : 이준관 시인의 '울타리콩이 열리는 마을'

@. 오늘은 이준관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울타리콩이 열리는 마을

이준관


사랑하는 사람아

울타리콩이 열리는 마을로 가자.

울타리에 울타리콩 심고

콩꽃이 피면

콩꽃 같은 아이 낳아 키우자.

울타리에 울타리콩 열리면

저녁밥에 울타리콩 얹어

너콩나콩 사랑을 나눠 먹자.

울타리콩 같은 별을 보고

개가 짖는 밤이 오면

너는 아이를 위해 옷을 짓고

나는 밭에 뿌릴 씨앗을 고르자.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비록 가진 것 없어도

서로 손을 맞잡으면

이 세상의 울타리가 되려니

우리 울타리콩이 열리는 마을로 가자.

- [부엌의 불빛](2005년)


#. 이준관 시인(1949년생) : 전북 정읍 출신으로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엔 동시로, 74년 [심상]에선 시로 등단.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아동문학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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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울타리콩은 강낭콩의 일종인데 울타리 주변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밤과 비슷한 맛과 풍부한 영양 성분을 가지고 있어 밥에 넣어 먹거나 다양한 요리에 활용됩니다.

지역에 따라 ‘울콩’, ‘밤양대’, ‘밤콩’, ‘얼룩강낭콩’, ‘피강낭콩’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울타리콩을 줄여 ‘울콩’이 된 듯하고, 밤맛이 난다 하여 ‘밤콩’ ‘밤양대’가 되었으리라 짐작하는데 정말 밤맛의 구수함까지 느껴지는 콩입니다.

다만 오늘 시를 읽어보신 분들은 느꼈겠지만 울타리콩의 영양과 맛, 그리고 어떻게 심는다든지 하는 콩의 생태에 관한 내용이 아닙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아 / 울타리콩이 열리는 마을로 가자”


왜 하필 화자는 사랑하는 이더러 다른 곳 다 놔두고 울타리콩이 열리는 마을로 가자 했을까요?



여기서 '울타리'에 주목해 봅니다. 나에게 울타리가 돼 주는 사람이 사는 곳이 되며, 내가 다른 이의 울타리가 되어 살 수 있는 곳도 됩니다.


“콩꽃이 피면 / 콩꽃 같은 아이 낳아 키우자”


'콩꽃 같은 아이'는 어떤 뜻일까요? 콩꽃은 작고 여리지만 하얗게 피어 세상을 환하게 만듭니다. 또 콩꽃은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으로, 아이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좀 더 나아가면 도시보다는 시골 분위기에 맞는 동심을 간직하면서 사는 아이라는 뜻도 지닙니다. 약삭빠르게 자라기보다 조금은 촌스럽고 순박하게 자라나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짐작합니다.


“울타리에 울타리콩 열리면 / 저녁밥에 울타리콩 얹어 / 너콩나콩 사랑을 나눠 먹자”


이 시행에선 ‘너콩나콩’에 주목해 봅니다. 당연히 사전에 나오는 낱말이 아닙니다. 그러니 시인이 창조한 시어라는 말이지요. '너 콩 하나 먹고, 나 콩 하나 먹자'는 뜻으로 함께 같이 나눠 먹자는 뜻을 담았다고 읽습니다. 그러면서 비슷한 말의 반복으로 운율감도 형성하고.


“사랑하는 사람아 / 우리 비록 가진 것 없어도 / 서로 손을 맞잡으면 / 이 세상의 울타리가 되려니”


시인이 가장 힘준 시행입니다. 아무리 가진 게 없더라도 서로 함께 정을 나누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사람들이 울타리를 이루고 사는 곳, 시인뿐 아니라 의식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상향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 울타리콩을 그냥 밭 한가운데 심었는데 내년에는 우리 집 주변을 울타리 대신 울타리콩으로 둘러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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