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시작된 어느 날
<Ludovico Einaudi – Experience>
제목: [@삥이] 행복마케팅 온라인 홍보 용역 협업 제안서 송부의 건
보낸사람: 삥이Verymuch Co. Ltd. <bbinge@삥이마음.com>
받는사람: Veryhuman Co. Ltd.
날짜: 기쁨이 시작된 어느 날
첨부파일: 없음 (사유로 첨부했습니다)
항상 '텅 빈 마음속에도 잔잔한 기쁨이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작가님의 언어로 이루어진 작품은 언제나 저희 조직 내부의 울림 있는 회람 자료이자, 동시에 위기 대응 매뉴얼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본사는 대한민국 64번째 NAVER 슈퍼애드 대상자인 '삥이 파워'를 보유한 기업으로서 정치인부터 지방자치단체, 일반 소상공인부터 크리에이터까지 기획, 마케팅 대행 및 실행, 법률 자문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이번 저희 삥이Verymuch 프로젝트팀에서 작가님께 새로운 '연속이 되는 기쁨'에 대한 장기 계약을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저희 팀은 감정 고갈 및 존재론적 허기 문제로 정신적 '비워냄-채움 루틴'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감정 채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명: 기쁨의 연속 구축 계획 (JYCP, JoY Continuity Project)
사업목표: 독자의 마음속 잔잔한 감정 수면을 흔들되, 넘치지 않게 적시는 일
기간: 만기 없음
작가님의 생각 한 줄,
작가님의 언어 한 문단,
작가님의 침묵 한 조각,
작가님의 덜어냄으로부터 오는 채움의 체험기.
그리고 작가님의 하루.
당사가 기쁨을 연속으로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당신이 더는 혼자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드립니다.
"이 기쁨, 저희가 감히 평생 안고 살아도 될까요?"
답변은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의 리듬으로, 당신의 글로, 언젠가 다시 말씀 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당신을 비워낸 세상에서,
당신으로 채우길 원하는
이제, 감정의 제안은 상대의 마음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한 통의 회신으로, 감정의 공이 다시 넘어간다.
제목: [회신] 행복마케팅 입찰 제안 수락의 건
보낸사람: Veryhuman Co. Ltd. <human@지구별.co.kr>
받는사람: 삥이Verymuch Co. Ltd.
날짜: 기쁨이 스며든 어느 날
첨부파일: 진심한가득모음.Zip (해당 파일은 마음에서 열립니다)
삥이Verymuch 프로젝트팀의 깊은 제안에 대해 저희 Veryhuman 측은 심사숙고 끝에 '감정의 전면 수락'을 결정하였습니다.
다만 몇 가지 전제 조건을 밝히고자 합니다.
1) 귀사의 채움은 가끔 저희를 아프게 합니다. 너무 아름다워서입니다.
2) 비워냄의 순환은 저희에게 중독성을 야기합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저희는 귀사의 문장 중 "이 기쁨, 제가 평생 안아도 되겠습니까"라는 부분에 무방비로 무너졌습니다. 귀사에 책임을 청구합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삥이기쁨조항"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본인은 이 기쁨을, 평생 품겠습니다.
채움에 대한 감사와, 비워냄에 대한 존경을 고백합니다.
기쁨의 연속은 언제나 삥이로부터 출발함을 명시합니다.
이상, 응답을 마칩니다.
항상 저희의 가슴 깊은 곳을 흔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난 회차에서는 '채움'과 '비움'의 미학을 통해 노자의 《도덕경》까지 호출해 내며,
"재앙은 복이 기대는 것이고, 복은 재앙이 숨어 있는 곳이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라는 철학을 다시 상기해 품을 것을 당신네들께 제안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사실은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였던 우리에게 자주 말해주던 "삥이야 인생사 새옹지마란다"라는 말씀까지 떠올려보았다.
채워진다는 건...
참 낯설다.
칭찬은 들어도 들어도 어색하고,
의도한 대로 기획한 업무가 딱 맞아들어도 매번 신기하듯이,
채워진다는 것은 받아도 받아도,
늘 낯설고, 때문에 설레고, 때문에 체온(體溫)과 심온(心溫)은 100°C를 향한다지.
어떤 날은 기쁨이 아니라,
의심처럼 스며들기도 하는데
이는 인간이 가진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이렇게 계속 받아도 되나?"라는 경계를 안게 하고,
그렇게
며칠을 더 받아보다 보면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 species)이 가진 가장 근원의 감정인 "그래도, 믿을래. 바보 같아도 믿을래"라는 사랑 혹은 경외의 마음까지 이어지고는 한다.
때문에 나는,
한 문장을 적다가 지우는 일이 수도 없이 많다.
사업계획서,
착수보고서,
완료보고서,
프로젝트 기획안,
입찰 제안서 기획안,
입찰 제안서 최종안,
단 한 줄의 콜백 메시지와
그 안에 담긴 언어, 마음까지.
이 문장을 적던 지난날은,
키보드를 뚝딱뚝딱거리던 내 손가락이 잠시 멈춰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내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닌,
마음속 관절염이 발생하던 때.
내 손목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지만,
감정이 지나간 흔적은 수도 없이 남아 있어 붉은 열감이 있다.
내 흰 손목 위에 가득 찬
감정 줄기는 수백, 수천줄로서 시커멓게 변했고,
그렇게 조화된 흑과 백은,
마치 가득과 비움을 상징하는 듯하여,
내 멈췄던 손가락은 다시 열을 내어 키보드를 뚝딱뚝딱거렸다지.
이렇듯,
비워냄의 과정 속
채워짐의 연속은 필연이며,
그 비워냄은 당신이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우연'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연(偶然)은 필연(必然)을 낳고,
그리하여
기쁨은 받은 만큼이 아니라, 덜어낸 만큼 살아남기도 한다지.
내가 노자의 말을 이해하려면,
이렇게 수천 가지의 형태소가 필요했다.
"재앙은 복이 기대는 것이고, 복은 재앙이 숨어 있는 곳이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내가 독일의 헤겔 아저씨의 변증법을 이해하려면,
이렇게 수십여 개의 콘텐츠가 필요했다.
아,
초월적 긍정은 결국 긍부정의 '합(合)'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