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법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당신의 MBTI론을 깨뜨려버릴지어다

by 삥이


나는 당신의 법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당신의 MBTI론을 깨뜨려버릴지어다.





<Ludovico Einaudi - Experience (Official Visualizer)>






나는 당신의 법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라.

Atta dīpā viharatha, attasaraṇā

└《Mahāparinibbāna Sutta 마하파리닙바나 수따》


내가 나아갈 길 앞에,

등불을 꺼뜨리지 말라.

그 불은 오직 나 삥이만이 꺼뜨릴 수 있으니.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인 것이다.

There is no way to happiness. Happiness is the way.

└틱낫한(Thích Nhất Hạnh) 스님의 설법 중


내가 걷는 길이 곧 행복이다,

넌 내 곁에 서라. 내 몸은 찢어져도 행복을 낳을 것이니.






만약 다른 이를 도울 수 없다면, 최소한 해치지는 말라.

If you cannot help others, at least do not hurt them.

└달라이 라마(Dalai Lama)의 어록 중


내가 내 본업에 등한시하는 때가 있다면,

내 '앎'이 그들에게 '칼'이 되었는지 살펴라.

칼이 되었다면 그 칼로 내 심장을 후벼라.






지혜로운 자는 속으로 조용히 처신하되, 겉으로는 어리석게 행동한다.

Paṇḍito santo upaparikkhati, bālo viya viharati. (意역)

└《Dhammapada 법구경》


내 빙구 웃음이 그의 안심으로 이어지도록 하여라,

내 방정맞음이 그에게 안식으로 이어지도록 하여라.






어리석은 자와 가까이하지 말고, 슬기로운 이를 가까이하며,

존경할 만한 이를 섬기라. 이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Asevanā ca bālānaṃ, paṇḍitānañca sevanā;

Pūjā ca pūjaneyyānaṃ — etaṃ maṅgalamuttamaṃ.

└《Maṅgala Sutta 망갈라 수따》


승리하는 이가 되어라,

존경받는 이가 되어라,


그의 승리를 위해 패배하라,

외려 그를 존경하여 등불로 삼아라.





당신의 MBTI론을 깨뜨려버릴지어다


MBTI는 나를 요약했다.


F라서 감정적이고, T라서 냉정하며

J라서 계획적이고, P라서 게으르단다.


그들은 정확한 분석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웃으며 "오~ 맞아요!" 했지만, 속으로는 말했다.


"녱...!! (멍청~)"


나는 내 감정의 조각들을

16개의 유형 안에 가두어지도록 재단치 않는다.


나는 오늘도 슬프고, 동시에 기쁘며

멍청하고, 동시에 지혜롭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한 줄 분석표가 아니다.





마음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우리는 생각한 대로 그런 사람이 된다.

Manopubbaṅgamā dhammā, manoseṭṭhā manomayā.

Manasā ce paduṭṭhena bhāsati vā karoti vā…

└《Dhammapada 법구경》 제1절



그러나 나는 사람이기에,

그 근원을 무너뜨리는 때가 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쓰던 축구와 서방의 역사는 흥미를 끌지 못하며,

내가 외워대던 법 조문은 흰 건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로 머물고 있고,

내가 호출하던 성현(聖賢)의 말은 내게 위로가 되지 않던 그 어느 날. 아니면, 오늘.


오히려 고요하라는 말이 고문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나는,

법문 앞에서 엎드리지 않았다.


도리어 일어섰다.


오늘 내 감정을 불경스럽게 보듬고 싶었다.

고요가 아니어도 되는 나를 위해.


감정은 오늘도 무상하지 않았다.

나는 살아 있는 존재이기에,



그래서 염원하게 된다.

그래서 기도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고요를 고집하지 않고, 고요를 거부하지도 않는 사람.


바라건대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감정의 파열을 감춘 채, '정상'처럼 보이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소원하건대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법문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







하여,



나 자신에게 비나이다.

이 글을 쓴 내 손이 부디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당신께 비나이다.

당신이 제 이 떨리는 감정들을 보듬어 주었기를.



신께 비나이다.

다시, 내 안의 나를 잃지 않게 하소서.

오늘 이 불경스럽고도 찬란한 감정 하나를.









또,

하여,


여쭙습니다,

저는 뭘 해야 하나이까.


이토록 더러운 문장들을

브런치 페이지에 점철했다면,

저는 대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 것이겠나이까.


제가 불초(不肖)한 소인(小人)이기에 이러한 비극은 지극히 정상이더이까?





아니,

벼락에도 상처받지 않는 허공처럼,

슬기로운 자는 외부에 흔들리지 않는다.

Ākāsova soto sabbattha, na paṭighaṃ gacchati.

└《Dhammapada 법구경》 제95절



즉,

끝내 사랑을 잃지 아니하는 자는 눈가에 생기를 잃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을 뗄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벼락에도 상처받지 않는 허공처럼, 슬기로운 자는 그 무엇에 흔들리지 않는다.


아마,

벼락에도 상처받지 않는 허공은, 조금 슬픈 날을 '더러운 문장들'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내 감정'이라며 사랑하여 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란,

겪음이고,

이고,

그저 머묾이다.



나는,

당신의 법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으며

당신의 MBTI론을 깨뜨려버렸노라.


고로,

감정을 경배하지 않았고,

그러나 감정을 예배하며 살아냈노라.



너는 우주의 아이다.


너는 우주의 아이다.

이 세상 나무들과 하늘의 별보다도 더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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