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방정식

by 한지원

나는 어느 종교에도 속해 있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신이 없다고는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종교행사에서 행하는 격식이 싫다.

절차나 형식도 신을 경배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들을 하지만, 내 마음속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엇이 있다. 거부하는 그것이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 무종교자로 58년을 살아왔다.

이제는 살아온 날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많아져 생각도 많아진다.


청천 터미널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틈타 그동안 가방에 들고만 다니던 일본계 물리학자인 미츠오 카구(Michio Kaku)의 '단 하나의 방정식(The God Equation)'을 다 읽었다.


미루어 놓았던 숙제를 마치고 하는 생각...

'어디 가서 책거리를 해야 하는데...'

괴산에서 책거리를 같이 할 친구가 없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읽고 나면 공허함을 느낀다.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사는 세상이 무엇인지?...'

해(解)가 없는 방정식(方程式 ; equation)을 풀고 있는 느낌이다. '신'은 있어야 된다는 당위성을 생각하게 한다.


<신의 방정식>


나의 신은,

신병시절 밉상 고참과 동급입니다.

한 번의 가르침만으로도 해결될 일을,

굳건한 침묵(沈默)으로

기어이 얼차려를 받게 만듭니다.


나의 신은,

말 없는,

죽은 나무의 밑 기둥입니다.

어둡고 긴 고통 속에 그렇게 목놓아 불러도,

반향(反響) 없는 메아리 같습니다.


나의 신은 나를 묵묵히 지켜만 봅니다.

집 앞의 군자산(君子山)처럼...


예수의 하나님은

무관심과 무반응의 상징입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岐路)에서,

고뇌(苦惱)하고 번민(煩悶)할 때,

달콤한 말 한마디를 아끼어,

생때같은 아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지요.


나는 권능(權能)한 신은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신을 믿습니다.

완벽한 절대자로서의 그 존재를 믿습니다.

이 세계를 설계(設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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