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골의 시골버스 운전사입니다.
내가 몰고 다니는 버스는,
아주 많이 덜컹거리며 길이도 짧습니다.
검게 코팅된 유리창도 없으며,
차 안이 다 들여다 보입니다.
휘어진 팔다리와 걷는 모양이 어색한,
거북등 같은 손을 가진 할아버지들과,
굽은 허리와 아무렇게나 만든 지팡이를 든,
냄새나는 할머니들이,
나의 승객입니다.
혹은, 말 안 통하고 얼굴빛이 새까만 외국인만
가득 탈 때도 있습니다.
나는 매끈한 차체와 출렁이는 승차감을 가진,
리무진 버스를 몰기를 바랍니다.
반짝이는 구두와
깨끗한 양복으로 몸을 감싼,
하얗고 섬세한 손을 지닌,
중년 남성이 내 승객이기를 원합니다.
세련된 몸매와 향기 나는 젊은 여성이,
내 버스에 승차하기를 갈망합니다.
그리고 또, 하얀 피부에 말이 통하는 백인이 나의 승객이면 좋겠습니다.
태운고 온 군상(群像)들을 터미널에 내려놓았습니다.
터미널 안 기사휴게실 전신 거울에,
한 남자가 나를 바라봅니다.
듬성거리는 반백의 머리에,
관리 안된 몸매의 구부정한 모습으로,
야비한 눈매와 흐리멍텅한 눈빛을 지닌 사내는,
무식하게 들리는 싸구려 목청으로,
유명한 영화 대사를 빌어 나에게 한마디 합니다.
"너나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