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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2

by 한지원

나는 산골의 시골버스 운전사입니다.

내가 몰고 다니는 버스는,

아주 많이 덜컹거리며 길이도 짧습니다.

검게 코팅된 유리창도 없으며,

차 안이 다 들여다 보입니다.

휘어진 팔다리와 걷는 모양이 어색한,

거북등 같은 손을 가진 할아버지들과,

굽은 허리와 아무렇게나 만든 지팡이를 든,

냄새나는 할머니들이,

나의 승객입니다.

혹은, 말 안 통하고 얼굴빛이 새까만 외국인만

가득 탈 때도 있습니다.


나는 매끈한 차체와 출렁이는 승차감을 가진,

리무진 버스를 몰기를 바랍니다.

반짝이는 구두와

깨끗한 양복으로 몸을 감싼,

하얗고 섬세한 손을 지닌,

중년 남성이 내 승객이기를 원합니다.

세련된 몸매와 향기 나는 젊은 여성이,

내 버스에 승차하기를 갈망합니다.

그리고 또, 하얀 피부에 말이 통하는 백인이 나의 승객이면 좋겠습니다.


태운고 온 군상(群像)들을 터미널에 내려놓았습니다.

터미널 안 기사휴게실 전신 거울에,

한 남자가 나를 바라봅니다.

듬성거리는 반백의 머리에,

관리 안된 몸매의 구부정한 모습으로,

야비한 눈매와 흐리멍텅한 눈빛을 지닌 사내는,

무식하게 들리는 싸구려 목청으로,

유명한 영화 대사를 빌어 나에게 한마디 합니다.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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