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유체(流體 ; fluid)를 검색해 보면,
'유체는 고체에 비해 형상이 일정하지 않아 변형이 쉽고 자유로이 흐를 수 있는 액체(液體 ; liquid)와 기체(氣體 ; gas)와 플라즈마(plasma)를 총칭하는 말이다.' 라고 위키백과에 나와 있다. 다시 쉽게 설명드리면 유체란 액체와 기체같이 흐를 수 있는 물체라고 보시면 된다.
분자들의 간극(間隙)이 넓어 압력을 가하면 부피가 줄어드는 기체로 이루어진 물질을 압축성 유체(compressible fluids)라 하며, 물이나 기름같이 압력을 가하여도 부피의 변화가 거의 없는 물질을 비압축성 유체(incompressible fluids)라고 한다.
비압축성 유체는 입력에서 가한 힘이, 손실과 시간의 뒤짐이 없이 바로 출력된다. 그러나 압축성 유체는 힘의 변화나 시간의 뒤짐 등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이 유체들은 자연계에서 운동을 할 때 방향성을 갖고 있어서 압력이나 밀도(密度, density)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러한 유체(액체와 기체)의 운동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 유체역학(流體力學, fluid mechanics)이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물질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표현하여 답을 예측하고자 하는 학문이니 얼마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겠는가?. 그래서 아마도 대학에서 공학계열을 전공했거나, 현재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어렵고, 공부하기 싫은 과목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십중팔구는 '유체역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이 담긴 발언이니,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다고 할지라도 그리 섭섭하지는 않다.
이 재미가 하나도 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지금 설명드린 유체역학의 법칙에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은 흐르는 유체와 같다. 정해진 형상도 없으며, 담겨진 그릇이나 흐르는 유형에 따라 형상이 달라진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처럼 강렬한 힘을 지니기도 하고, 넓은 평야를 흐르는 강처럼 평온할 수도 있다. 도로시를 오즈의 나라로 보내버린 회오리바람처럼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푸르른 하늘에 시원한 한줄기 바람처럼 서글프게 흐르기도 한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의 주변에 있으면, 유체의 밀도나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그 사람의 강압적인 의견에 쉽게 동화된다.
사람의 생각이 비압축성이면 자신에게 입력된 정보나, 주장을 비판 없이 남에게 그대로 표현한다. 자신의 생각 입자에 간극이 없어, 남과 다른 생각을 담을 공간의 여유가 없다. 도무지 완충(緩衝, buffer)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하니 남의 의견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외워서 전달만 할 줄 안다.
이런 자들은 정의롭지 못한 일을 보아도 분노하지 않으며, 슬픈 일을 당해도 슬퍼할 줄 모른다.
본인의 생각과 판단은 접어둔 채, 자신보다 강한 자의 주장이 주변에 오롯이 전달되는 것에만 자신의 모든 힘을 쏟는다. 여기에는 어떠한 옳고 그름도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세상에 이런 인간들이 태반(殆半)이다.
나이가 먹어감에 나의 마음과 생각에 세월이 때가 켜켜이 쌓여 마음과 생각의 밀도가 점점 더 커진다. 모두 내려놓고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야 하는데...
<자화상>
바람처럼 가벼이 흐르던 나의 理想은
끈적끈적한 重油처럼
더 이상 흐르지도 않아,
세속의 껍데기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요즘 그런 놈이 거울 속에 있다.
그가 나를 보고 쓱 웃는데...
나하고 똑같이 생겼다.
내가 거울 속에 그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