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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구원하소서!(2)

by 한지원

여러분들 기억하십니까?

제가 붙인 별명 '민원의 여왕...'

그리고 바로 이 '민원의 여왕 '에게 된통 당하던 젊은 기사가 회사에 사표를 냈다.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방패막이가 없어졌다.

젊고, 잘 생기고...

그녀에게 딱 맞는 먹잇감이었는데..

조용히 만나서 그만두는 이유를 물어봤다.

"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요, 그렇다고 아주 영향이 없는 건 아니에요! "

" 그래도 그렇지 당신이 여기서 그만두면 어떡해! 남아 있는 우리들은 어떡하라고! "

시골 버스기사의 한 맺힌 어리광이다.


사실 오늘에야 그 여자와 젊은 기사와의 사건에 대한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시골 버스의 승객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시골 버스의 기사들은 룸미러로 그분들의 하차를 일일이 확인하고 버스를 출발시키는 것이 버릇처럼 몸에 배야 한다.

기사가 머리를 들어 룸미러로 뒷문의 상태를 확인할 때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승객과 눈이 딱 마주치는 자리가 있다. 뒷 문 바로 뒷자리가 그 자리다.

그런데 그 여자는 꼭 거기에 앉는다.

그날도 그 젊은 기사는 뒷문의 상황을 살피다가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고 한다.


" 개새끼! 왜 쳐다보고 지랄이야! "

그 여자의 선전포고 격인 일갈(一喝)이다.

여러분은 상상이 안 가실는지 모르지만, 그 여자 얼굴 표정이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심한 욕을 잘한다.

나도 당해봐서 안다.

아직은 혈기가 왕성한 젊은 기사이다 보니, 곧바로 대응 사격을 했다.

"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

이렇게 시작한 말에 불꽃이 튀고, 시퍼런 칼날이 오고 가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경찰관을 부르고, 선배 기사가 거들고, 민원을 넣고...

그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거들던 동료기사 한 분은 독설(毒舌)의 유탄(流彈)에 맞아 장렬히 전사하셨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분은 지금도 그 울분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승화시키고 계신다.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시골 버스기사는 하나님께 기도할 기도문을 작성한다.

" 주님! 한 달 뒤면 그 여자가 있는 노선으로 갑니다. 이제 방패가 없어져 그 시련을 제가 온몸으로 맞습니다. 제발 그녀의 독사 같은 혀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설로부터 저를 보호해 주시고, 저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해 주옵시고.... 어쩌고, 저쩌고... 중략...."

그런데 아마 이런 기도 문구는 그때 젊은 기사를 거들다 유탄에 맞은 동료기사님이 진즉에 벌써 써먹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뜨내기이고, 그분은 원래 독실한 분이었으니, 아마, 하나님이 내 기도를 못 들으실지도...'


그래서 기도 문구를 바꾸었다.


" 제가 그 형님보다 그 노선에 한 달 먼저 갑니다. 주님! 저를 먼저 구원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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