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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구원하소서!(3)

by 한지원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던 "민원의 여왕"이 매일 승하차하는 노선을 운행하는 시간이 드디어 나에게 도래했다.

그렇게 신께 '저를 구원해 달라'라고 목놓아 울부짖은 기도빨이 먹혔는지, 그 노선은 운행한지도 나흘이 지났건만 한 번도 내가 운행하는 버스를 탄 적이 없다.

'혹시, 이 여자가 이사를 갔나? 아니면, 설마 이 세상을 하직?... 아니면, 정말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인가?...'

온갖 행복한 상상을 하며 그 노선을 버스로 운행하고 있던 중, 그 여자가 승차하던 승강장을 지나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승강장 안쪽에서 거무스름한 물체가 버스를 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실루엣이 보였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그럼 그렇지! 내 팔자에...."

자조 섞인 장탄식이 시골 버스기사의 입 밖으로, 그것도 꼭, 맛있는 간식을 본 개가 군침을 흘리는 것처럼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버스 승강장에 가까이 갈수록 가슴은 콩닥거리며, 긴장감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있었다.

드디어 승강장에서 버스에 오르는 승객을 보니, 어랏! 지팡이를 들고 계신 할머니다.

'그래!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은 거 맞아!'

시골 버스기사는 만족한 미소를 얼굴 한가득 흘리면서 버스를 출발시키고 있었다.

버스에 미리 타고 계셨던 다른 승객이 "버스 스톱"을 외친다. "저기 누가 뛰어와요!"

그 승객이 이 버스를 놓치면 앞으로 족히 두 시간을 기다려야 되는 것을 알기에 시골 버스기사는 잠시 기다려 주기로 아주 큰 마음을 먹고 그 뛰어오는 승객을 기다렸다.

지금 정차해 있는 승강장이 그 여자가 버스를 타던 승강장이라는 것도 깜빡 잊은 채...

멀리서 뛰어오던 승객이 버스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조수대 사이드미러로 승객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헉! 그 여자다!"

"그러면 그렇지! " 장탄식이 한 번 더 입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 아이고 힘들어라! 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혹시, 그 여자가 못 들었을까 봐 큰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인사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여자에게 무지막지한 욕을 또 듣는 것이 두려워서...

그 여자는 숨이 찬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더 하였다. "기다려 줘서 고맙습니다."

어쨌던 그 여자와의 대면은 그렇게 끝이 났다.

저녁시간이 되어 마지만 노선을 돌고 괴산 터미널로 돌아오는데 다시 그 여자가 승차하였다.

"오늘 아침에 기다려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닌 것도 같았다.

'인생의 깨달음이 있어 성정(性情)이 바뀌었나?'

'사람은 잘 안 바뀌던데...'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들었지만,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드리며 괴산 터미널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했다.


그리고...

시골 버스기사는 고민에 빠졌다.

'기도빨의 유효시간이 나흘인가?...

아니면 한 일주일 가나?....

혹시, 이거 한 달 내내 기도해야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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