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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3

by 한지원


오늘은 버스 관광객을 아예 모집을 했다.

일요일에 ㅇㅇ일...

학교 가는 날도, 장날도 아닌 동네 의원들이 문 닫는 일요일... 다시 말씀드리면, 버스에 승객이 거의 없는 날이다. 먹고살려면 호객행위라도 하여야 하여야 한다.

충북 음성으로 귀촌한 선배에게 카톡을 올렸다.


형! 혹시, 오늘 시간 있으시면 괴산 버스투어

하시렵니까?

1안, 음성터미널(10:10 출발)->목도-> 괴산 터미널

점심식사 제공-> 목도...

2안, 음성터미널(13:00 출발)->목도...

3안...


답이 왔다.

2안. ㅋ

드디어 버스 손님 한 명 확보했다.

그것도 유료승객으로...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 중 가장 유명한 인사이다. 아니,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가장 유명했던 분이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아직 현역 SBS 아나운서...

한 때는 이름을 날리던 스포츠 캐스터, 그중 몇몇 종목은 '대한민국에서 쫓아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라는 타이틀도 붙었었다.

금전에 욕심이 없어 프리선언도 하지 않았으며, 권력을 갖고 싶어, 여덟 시 뉴스의 메인 앵커자리에 침을 흘릴 따위의 일은 안 할 사람이란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

괴산 촌구석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길가 푸른 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나 담배에 대하여 그리고 초로(初老)의 두 중년 사내가 떠드는 경건한 수다에,

예()를 갖추듯 도열해 있는 은행나무에 대하여도 이야기했다.


우리는 바보들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다.

박흥주 대령, 강재구 소령, 쪽방촌의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이 세상을 바보같이 우직하게 살다 간 학교 선배들 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선배의 정년퇴직과 미래에 대하여서도....

또한, 각자도생을 강조하며 여수로 힐링여행을 떠난 형수와 본인의 생일을 거론하며 늦은 귀가를 시골 버스기사에게 통보하던 내 아내의 험담도 나누었다. 아주 조금...


시골버스 기사는 오늘도...

하얀 포말(泡沫)이 부서지는 거친 파도와도 같은 삶을 묵묵히 살아온, 또 다른 한 남자의 인생 서사(敍事)를 마주할 수 있었다.


" 형! 퇴직 후 시골 버스기사 하시라고 했는데...

하지 마세요! 형이 그거 해서, 에피소드로 글 쓰시면 제가 써먹을 것이 없어지잖아요! "


" 그리고 형도 바보야! "


추신 : 로또는 '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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