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원 Jan 11. 2023

고참(古參)

누가 보면 떼돈 버는 줄 알 거다.

 추석 때만 되면 항상 저랬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버섯을 수확하고, 포장하고, 택배로 부치고...

 나는 표고버섯을 재배하던 농부였다.

 나름으로 열심히 연구하여 농사를 지은 결과, 가락동 농수산물 경매시장에서 내가 수확한 표고버섯이, 경매가 순위로 따져, 전국에서 톱을 몇 번 차지했었다.

 물론, 상장이나 인증서를 주는 것도 아니고, 신문에 날 일도 아니다. 다시 말해 증거가 없다는 말이다.


 이 사진과 같은 광경을 동네 후배가 보고 갔다.

 얼마후 그 후배의 친형 되시는 분이 또 보고 가셨다.

 그리고...

 두 형제가 거금을 투자해 표고버섯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표고버섯 농부의 고참 선배로서 성심껏 농사기술을 전수 했다.


 이 세상의 시장(市場, market))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세상에 존재(存在, being)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생존(生存, survival)을 목적으로 움직이듯이, 시장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작은 생태계와도 같다.

 자연의 생존 법칙인 적자생존(適者生存, Survival of the fittest)이 시장이라는 생태계에도 적용된다. 이것은 강자가 약자를 포식(捕食, predation)한다는 뜻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한 것처럼 '가장 적합한 것의 생존' 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시장에서 그 값어치에 상응하는 재화를 줄 수 없다면, 그 제품은 도태된다.

표고버섯 시장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재배한 농산물도 돈이 되지 않으면, 농부는 농사를 접는다. 누구의 나쁜 의도가 개입되었거나,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오롯이 농부의 그릇된 판단에 의한 경영실패이다.

 그래서 접었다

 만 9년을 노력하던 농사를 접고, 얼마나 허무했는지 모른다.

 그 덕분에 시골 버스 기사를 하게 되었고....

 인생이란 드라마는 어떻게 전개가 될 건지, 우리의 미래는 알 수가 없다.


"한 기사! 새로 오신 견습기사야! 인사해!"

선배기사가 새로 온 견습기사를 소개하는데...


'잠깐 어디서 많이 봤던 사람인데..'


 바로 그 양반이다.

 추석명절...

 선물용 표고 버섯박스를 한가득 쌓아놓은 광경을 보고 간, 내   후배의 친형...


"어랏! 형님! 여기 웬일이십니까? "

"나도 버스기사 하러 왔지요!"

"버섯은 어떻게 하시고요?"

"때려치웠습니다.하.하"


 시골버스기사 머리를 스치는 생각...

' 나는 원래 고참(古參) 팔자였구나! '

작가의 이전글 '숫고개'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