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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원 Feb 20. 2023

국어

“곽병채의 급여 수령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피고인 곽상도에게 지급되었거나 피고인 곽상도를 위하여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곽병채(아들)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돈과 이익을 사회 통념상 피고인 곽상도(아버지)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음”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준철)-

여러분은 이 말을 잘 이해하시겠는가?


이 문장을 알기 쉽게 다시 쓰면....

"화천대유가 곽병채에게 준 돈 50억은 성과급이며, 그 중 일부라도 곽상도가 썼다는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안 했다). 그래서 곽상도는 무죄다."

 이 문장이 훨씬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신가?

 이렇게 문장을 바꿔놓고 읽어 보면 상식에 들어맞지 않는 개소리가 분명하다. 일반 시민이 판사 본인의 삐뚤어진 양심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작성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판결문이다.

물론 50억 정도는 뇌물이 아니라 성과급으로 치부하고 싶겠지! 그리고 곽상도는 그 돈에서 한푼도 안 썼다잖아...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 나는 국어 과목을 좋아했다.  교과서에 나온 단편소설로 인생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갔고, 시험준비를 위하여 달달 외우던 詩에서 문학의 향기를 느꼈다.

 소위 문학 소년이었다.

 그러나 순간의 판단이 나를 이과(理科)생으로 만들었고, 공대로 진학하여 비선형방정식(非線型方程式)의 해(解)를 구하거나 내연기관(內燃機關)의 열효율(thermal efficiency)을 계산하느라 젊은시절을 방황으로 흘려 보냈다.   나의 학창시절 문학도들은 바싹 마른 몸매와 하얀 얼굴이 필수였다. 그러나, 나 같이 퉁퉁한 몸매와 기름진 얼굴을 가진 사람은 외모에서 부터 자격 미달로 분류 되었다.

 어찌되었건, 나에게 학창시절의 국어 시간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다운 삶을 가르쳐준 이정표 같았다.

 그 국어 시간에 공정(公正)이란 단어의 뜻을 알았고, 정의(正義, justice)와 상식(常識)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작자가 돼지 주둥이로

클라우드 매니지먼트를 외치며, 국어교육의 무용론을 펼친다.

 판.검사 나부랭이들이 여기에 뒤질세라, 천박한 판결문이나 공소장을 써대고 있다.

 이 인간들은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졸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과연 저 꼴난 판결문이 일반사람들의 상식에 부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50억 무죄판결 때문에 부글거리는 마음이

가라앉기도 전인데...

 SNS를 돌아다니는, 야당 대표에 대한 삼류 소설 같은 검사의 공소장이 시골 버스 기사를 멀미(motion sickness)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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