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기사2

by 한지원

버스업계에서는 수습이라고 안 하고 견습이라고 한다. 수습은 견습이 끝나고 정식으로 배차를 받아서 버스 운행을 나간 시점부터 3개월까지를 수습기사라고 하고, 선배 기사 옆에서 노선을 배우는 것을 견습기사라고 한다.

말이 좋아서 견습기사이지, 한 달 동안 운전도 안 하고 버스 타고 길 외우러 돌아다녀 보면 이 직업이 얼마다 피곤한 직업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래도 나는 견습 2주일 만에 선배 기사로부터 버스 운전석을 양도받았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내가 괴산에 귀농한지도 10년이 다 되었고, 내가 직접 운전해서 돌아다녔으니 무슨 괴산 바닥 외우는데 한 달씩 걸리겠는가? 한 삼일이면 되겠지!" 참으로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버스노선 견습을 시작 한지 삼일쯤 되었을 때, 과연 내가 이거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나는 괴산 바닥이 그렇게 넓은지 버스견습후 알게 되었다.

괴산군 일 개면인 청천면이 진천군 전체면적과 비슷하다고 하니 괴산군이 크긴 큰 모양이다.나중에 확인해보니 청천면이 진천군의 절반쯤 된다. 온천휴양지인 수안보와 증평군이 각각 괴산군 수안보면, 괴산군 증평읍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괴산군 버스가 그 지역을 아직도 커버하여 운행하고 있고, 청주 쪽으로는 미원, 오창 경북 상주 쪽으로는 화북, 그리고 음성 등을 다니며 하루에 사백 킬로미터를 넘는 노선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프리카 학생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지리부도를 꺼내서 아프리카 대륙을 자세히 보면 나라의 국경선이 거의 직선인 나라들이 많이 있다.

어린 마음에 "저 나라의 학생들은 자기 나라 그릴 때 자 대고 그려도 될 거야! 얼마나 편하고 좋아!."

그들도 산과 강과 계곡이 자신들 삶의 울타리가 되고, 자신과 비슷하게 생기고 말도 통하는 사람들과 모여 살았을 거다. 허여멀건 이상하게 생긴 놈들이 지도에 자를 대고 아프리카 대륙을 깍두기 모양으로 직선으로 선긋기 전까지...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생긴 것도 비슷하고, 말도 통하고 더구나 재네 조상하고 내 조상하고는 먼 친척이라고 하던 사람들과 웃고 울며 부대끼고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생전 못 보던 놈들하고 같은 나라 국민이 되었다. 재들은 먹는 것도 다르고, 입는 것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고,

더구나 조상끼리 원수 지간이었데...


지금 지구 상의 모든 분쟁지역을 보라!

인종갈등, 종교문제, 영토분쟁 등은 모두 약자의 땅에 강자가 자신들이 이권(자원, 영토, 정치적 권력 등)을 위하여 국경선을 엿장수 맘대로 그어서 발생한 일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지만 약소국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어찌하랴.

이러한 부조리한 행위는 비단 국가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예전의 괴산군을 일부 몰지각한 위정자와 공무원이 자신의 개인 이권과 편의를 위하여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사분오열 찢어놓아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나 괴산 땅에서 대대로 살아오신 노인들은 아직도 젊어서 누비고 다니던 옛날 괴산 땅이 아직도 그분들의 주요 활동무대이다. 물 흐르는 곳에 도경계가 생기고, 산이 가로막아 마을 경계가 생긴다. 그리고 사람의 생활권을 따라서 버스 노선이 생긴다. 그래서 아직도 괴산 버스 노선은 그분들의 활구역을 쫒아서 버스노선이 생겼다.

덕분에 시골버스 기사들은 행정구역 괴산뿐만 아니라 예전의 괴산 영역을 구석구석 쑤시고 다니느라 힘들다. 더구나 거기 붙어 다니는 견습기사는 그 많고 복잡한 노선 외우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약간의 두통과 함께 나의 견습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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