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by 한지원

직업으로서의 버스기사는 매력적인 직업임이 틀림없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나만 그런가? 내가 버스기사 생활이 아직 짧아서...'
월요병이 없다. 왜냐하면 요일과는 관계없는 근무일 때문에...
시골 버스기사는 오히려 주변 소도시들의 장날이 더 중요하다.
직장 상사의 간섭이 없다. 새벽 일찍 배차받은 버스를 몰고 일을 나가면 오롯이 배차 시간표만 들여다보면 된다.
나에게 잔소릴 하거나, 업무 실적을 가지고 시비 걸 사람도 없다. 보고서 만들 일도 없고, LME(London Metal Exchange) 시세, 환율 따져가며 원가 계산할 일도 없다.
회사에서 드라이브 스케줄(배차시간표) 짜주지, 자동차 연료 대주지, 때 되면 밥 주지, 한 달에 한 번씩 생활비 주지...
참 좋은 직업이다. 버스 타시는 어르신들만 기사를 무시하지 않으면...
버스에서 노인들 대화하시는 내용 중 30%는 농사 얘기, 30%는 동네 사람들 험담, 그 나머지가 자식 자랑인데...
대부분 도시에서 성공한 자식에 대한 자랑을 기사 쪽을 향하여 버스가 떠나갈 듯이 대화를 하신다. 상대방 어르신이 듣든지 말든지...
더구나 서울의 성공한 당신 아들도 부모님께 이래라, 저래라 안 하는데, 하찮은 시골버스 기사가 잔소리를 하니 오죽 맘에 안 드시겠는가?
가는귀 잡수신 거는 이해 하지만, 못 들은 척 좀 안 하셨으면...
하기야, 기사가 하는 말은 전부" ~하지 마세요"로 끝나는 듣기 싫은 소리니...
( 기사 속마음 ' 당신의 그 잘난 아드님은 잔소리뿐만 아니라 안부 전화도 안 하죠? 그래도 기사는 어르신 다치시지 말라고 잔소리라도 해요! ')

우리가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함에 직업의 귀. 천을 배제하고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도 있고, 그렇지 못한 직업도 있다.
누군가는 직업 소명설을 들먹이면서 이 사회에 중요치 않은 직업이 어디 있냐고 항변할는지 모르지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 예전 학창 시절에 왜 선생님들은 그런 사실을 학생들에게 안 가르쳤는지 궁금하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될 직업(검. 판. 의사 등)들이 이 사회에 존재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을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 人工知能 / 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의존해서도 가능한 일이라면 인간보다 차라리 기계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본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판결이나 법 집행보다는 객관적인 컴퓨터가 공정한 법집행을 하게 함으로써 판결받는 사람에게는 불만의 소지가 줄어들 것이다. 물론 합리적이고 공정한 법을 제정했다는 가정하에..
의술 또한 여러 가지 임상경험을 인공지능에 교육시킴으로 X-RAY, CT, MRI 등을 판독함에 특히 X-RAY의 경우는 97%~99%의 정확한 소견을 냈다고 의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배가 고파 라면 하나 빵 한 개 훔친 죄로 몸뚱이 하나가 전재산이요, 삶의 수단인 사람을 인신 구속하여 어린 자식들을 험난한 세상에 팽개치게 하고, 수억. 수십억 원을 훔친 죄인은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백주에 대로를 걸어 다니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법 집행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법조문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보다, 얼마나 잘 외웠는지가 평가 기준이 되는 시험을 통과한 편협한 지식의 소유자들이 과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법조인이 되겠는가?
비빔밥은 큰 양푼에 비벼서 먹을 때 더 맛있다고 한다. 여럿이서 같이 먹는 맛도 있거니와, 빈 공간 없이 재료로 꽉 채워진 그릇은 제대로 비비기가 어려워 여러 요소들의 조화로운 맛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조문으로 가득 채워진 뇌 속에 어찌 상대방을 배려하며, 정의롭고, 조화로운 법 적용을 위하여 사고할 공간이 남아 있기나 한 걸까?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버스기사 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의 일을 스스로 존중한다.
나의 아들, 딸이 남들에게서 존경을,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존중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다고 하시더니, 아들 생일날 축하 메시지도 보내주고, 가족 밴드에 사진 좀 올리라고 하시는, 도시에 사시는 어머니가 페북을 아직 못 하시는 것이
참 다행이다. 아들의 정체가 아직 탄로 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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