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로 둘러싼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접하지 않은 지역을 꼽으면 충청북도가 유일하다.
그중 대한민국의 배꼽으로 불리는 괴산은 충북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더욱이 바다하고는 관계가 거의 없다.
음식은 곧 경험이라고 한다.
음식의 호. 불호(好.不好)는 경험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산 사람들은 바다고기나 회 등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서인지 생선회를 잘 먹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
생선회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괴산에 귀농하여 제일 괴로왔던 것이 생선회 한번 먹으려면 청주나 충주 등 대도시로 원정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괴산에도 생선 횟집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괴산 횟집 물고기는 수족관에 너무도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손님 얼굴을 알아본다고 했다.
수족관에 잡아다 넣어놓고 얼마나 굶겼는지 모르지만, 물고기가 다이어트가 잘 되어서 기름은 하나도 없고 근육만 있어 회로 잡아놓으면 종이 씹는 맛이 났다. 그럴진대 내가 괴산에 있는 횟집을 가겠는가?
괴산은 산으로 둘러싸여서 계곡이나, 호수, 산에서 나는 수확물로 요리한 음식이 유명하다. 다슬기 해장국, 민물 매운탕, 버섯찌개 등.. 그중 자연산 제철 버섯을 주재료로 해주는 버섯 요리는 그야말로 일품 중의 일품요리로 생각만으로도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버스기사들은 아침, 점심, 저녁을 거의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런데 회사 구내식당의 메뉴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항상 그날이 그날이다. 단조로운 메뉴에 싫증을 내는 버스기사도 간혹 있지만, 매일 먹어도 배탈이 한 번도 난적이 없고, 나는 집밥 같아서 편안하고 좋다.
배차된 버스가 하루 종일 터미널에 들어올 일이 없는 노선인 경우 외부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경우가 있다.
운명의 그날도 청천 터미널에서 증평역까지 하루 종일 왕복하는 노선이었다. 청천 터미널 뒤에 버섯매운탕을 잘하는 음식점이 있어 점심을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청천 터미널을 출발하였다.
노선을 간략히 소개하면...
청천 터미널 출발-부흥리-질마재 고개-청안면소재지-한국교통대학교-증평공고 앞-증평우체국-증평역
이렇게 되시겠다.
그 날 위장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버섯 매운탕이 많이 매워 보이지는 않아 국물까지 싹 비우고 길을 나섰는데...
부흥리쯤 오자 아랫배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참을만했다. 질마재 고개를 넘으면서 좌우로 흔들리는 버스는 나의 위장을 좌우로 흔들더니 소장과 대장에 이어 직장(直腸)마저 흔들고 있었다. 내장 근육은 제대로근 이어서 사람의 의지나 뇌에서 지령하는 데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근육이란 뜻이다.
창자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내면에서는 구라파전쟁을 시작했다. 질마재 고개에서 시작한 세계 제1차 대전이 청안면을 지나면서 제2차 대전으로 확전 하여 내 인내심을 시험하고, 검은 눈동자를 갈색으로 변하게 만들고 있었다. 혹시 이러다가 바지에 불의의 사고라도...
교통대를 지나고 증평공고를 통과하면서 예전 학창 시절 국민윤리 시간에 배운 인간의 필수적인 4가지 생물학적 욕구가 생각났다.
첫째, 성욕... 그럴 수 있다.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DNA를 후손에게 퍼트리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태어났으니까..
둘째, 식욕... 맞다 안 먹으면 죽으니까...
셋째, 수면욕... 이것도 맞다. 사실 안 자도 죽는다.
넷째, 배설욕... 이건 좀 의아했다. 그냥 대충 싸면 됐지, 뭘 욕구까지 따지겠어?
그러나 지금 나는 죽을 지경이다. 아니 곧 죽겠다.
그때의 윤리 선생님 말씀은 진리 자체였다.
증평우체국을 지나며, 갈색으로 변했던 눈동자는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세상이 온 세상이 노래졌다. 파란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기적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내장 근육 중 유일하게도 맘대로근인 괄약근에 나의 모든 의지와 내공을 모아 쪼이면서 버스 엑셀을 주어 밟고 있었다. 드디어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증평역에 도착과 동시에 버스는 역 광장 한가운데 내버려 둔 채 역 화장실로 최대한 신속하게, 그러나 몸에 진동이 전달되지 않도록 은밀하게 이동하였다. 화장실로 이동 중에도 머릿속은 혹시 두 개밖에 없는 대변기가 하나는 고장이고, 하나는 변비 환자가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 작동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항상 불안한 상상은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난다.
'머피가 그냥 머피 겠어! 이유가 있으니 법칙을 만들었겠지! 이 죽일 놈의 머피 때문에 내가 죽는구나...'
순간 장애우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인공디스크도 허리에 끼웠지, 임플란트도 몇 개 박았는데... 그리고 정서적으로는 나도 장애우니 괜찮아!'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장애우 화장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아~나는 인생에 몇 번 안돨것 같은 최고의'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일을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있는 내 입에서 독백처럼 하나의 문장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왜 비데가 없지?"
옛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사람은 화장실 갈 때 하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 하고 다르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