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젖을 먹고 있는 갓난아이를 본 적이 있는가? 한결같이 모두 엄마의 얼굴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입으로는 엄마의 젖을 빨면서,
눈은 엄마를 주시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엄마와 눈을 맞춘다.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연인들의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서로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한다. 상대방의 달콤한 말보다 눈으로 상대방의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연인들이여 본인과 눈을 맞추지 않는 이성과는 빨리 헤어져라!" 이것이 진리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음이 분명하다.
비즈니스에서도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악수는 눈을 보면서, 목례는 고개를 숙이기 전후 관계없이 상대방의 눈을 응시한다.
'저 놈이 우리 회사에 득(得)이 될 건가, 독(毒)이 될 건가?'
진심(眞心)을 알고 싶은 것이다.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누군가의 마음속 의도를 알고 싶으면 상대방의 눈을 봐라!"
모든 승강장에 버스를 정차했다가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다.
교통법규에도 승강장 무정차 통과에 대하여 불법으로 간주하고 단속한다. 그러나 이것은 도시의 일일뿐,
시골버스에서 적용하기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도시에서 다니는 시내버스보다 긴 거리를 운행하는 시골버스가 모든 승강장에 정차하면서 버스노선을 완주하기에는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마을 가운데 있는 승강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보다 친구들과 담소를 즐기거나, 비나 햇빛을 피하려고 앉아 계시는 노인분들이 대다수다.
이 분들 중에서 버스를 타려는 승객을 가려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버스를 서행하면서 눈을 마주친다.
승강장에 그냥 쉬러 나온 분은 기사의 눈을 외면한다. 버스 안 탄다고 손이나 한 번 가로저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굳이 기사의 눈을 외면한다.
아니면, 기사와 굳이 눈싸움을 하는 할아버지도 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나도 안 지고 응수한다.
'어르신이 먼저 눈을 피하나, 내가 눈을 피하나...'
시골 승강장은 상행이던, 하행이던 한쪽만 있어도 반대편도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청천에서 증평을 가려면 '질마재'라는 고개를 넘는다. 아무래도 무게가 제법 나가는 버스이기에 기사는 평지에서 가속을 붙여서 언덕을 넘으려고 애를 쓴다. 그러면 엔진에도 무리를 안 주고 톱기어(top gear)로 정상까지 무사히 올라갈 수 있다. 질마재를 오르는 중간에 이름도 정겨운 '오리목'이라는 승강장이 있다.
증평 쪽 상행에는 없고, 청천 쪽으로 하행에는 있다.
따뜻함이 충만한 햇볕이 쏟아지던 어느 봄날...
청천에서 증평 쪽으로, 질마재 정상을 향하여 버스 액셀 페달을 부지런히 밟고 있었다.
오리목을 살짝 지났는데...
옆 풀숲에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사이드미러로 보니 할머니 한분이 한 손으로 허리춤을 부여잡고 다른 한 손은 버스를 향해 손짓을 하는 것이 보였다.
버스승강장을 지난 터라 바로 제동을 하였지만, 버스는 승강장을 30m 정도 지나쳐 정지하였다.
한참을 기다려 할머니가 버스에 승차하셨다.
" 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간데..."
'아니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소리? '
" 어르신 풀숲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면 버스에서 안 보여요!'
" 그런데 도대체 거기서 뭘 하셨는데... 버스 오는 게 안보이셨나요?"
기사는 사이드미러로 할머니의 행동을 보고 상황을 미리 파악했으나, 모른 척하면서 되물었다.
그러면서 기사는 할머니와 눈을 맞추었다. 그 순간 할머니는 눈빛이 쥐구멍으로 향했다.
" 그래도 그렇지 늙은이 운동시키나?"
당신의 창피함을 만회하려는 듯, 버스 안의 사람들 모두 듣도록 큰 소리로...
이번에는 기사의 눈을 째려보면서 말씀하셨다.
이 장면에서의 침묵은 금이 아니라 고철만도 못한 것이라는 생각에...
할머니의 눈으로 쳐들어갈 듯이 들여다보면서,
"어르신! 노상 방뇨하시다가 버스 놓친걸 기사한테 덤터기 씌우시면 안 되죠! "
기사는 이제 몇 년 더 있으면 환갑이 되는 나이이다.
본인 말로는 이성적인 지성인이라 자칭하지만,
나 자신이 보기에도 변덕(變德)이 팥죽 끓듯 하는 수양이 부족한 인간임에 틀림없다.
노인네들하고 눈싸움이나 하고 앉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