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굴레

by 한지원

저 친구는 개집이 아닌 개장에 살고 있습니다.
닭집이라고 안 하고 닭장이라고 하는 것은 키워서 잡아먹으려는 뜻으로 사육장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서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기 있는 친구도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개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 친구가 점유하는 공간은 지금 서있는 한 칸이 전부입니다. 그 옆 공간은 창살로 막혀 있습니다.

제가 5월 내내 운행하던 노선중 증평군에 있는 송정리(입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 마을회관 앞에서 버스를 회차합니다. 그 회차 지점에 저 친구의 집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 친구가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오늘은 그 노선의 마지막 날 이어서 버스를 세우고 잠시 짬을 내어 그 친구에게 다가갔더니, 벌떡 일어서더니 아는 척을 하네요! 저는 무심코 지나쳤지만, 저 친구는 저를 유심히 보았던 모양입니다. 철망 사이로 코를 내밀고 제 냄새를 맡으려고 하네요!
제가 저 친구를 본적도 2년이 넘어갑니다.
2년 전 그 마을에서 버스를 회차하다가 그 철창 안에 강아지 한 마리를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후로는 개장에서 저 친구가 나온 것을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제가 매일 관찰하는 것이 아니니 혹시, 달밤에 주인이 산책을 시켰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 자그마한 강아지가 이제는 성견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이 밥을 주러 오면 깡총거리기도 하고 꼬리를 흔들더니, 얼마 전부터 밥을 주던, 주인이 오던 별 신경을 안 쓰더군요.
제가 내년에 이 노선으로 다시 올 때도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마, 제 예상에 저 친구는 살아서 저 철창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도 철창 안에 갇혀 지내는 인생입니다.
아마도 죽어서 다른 세계로 가기 전까지는 삶의 굴레를 못 벗어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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